'버닝썬 유착' 수사 두 달째 제자리걸음…경찰 딜레마

입력 2019-04-07 08:11
수정 2019-04-07 10:22
'버닝썬 유착' 수사 두 달째 제자리걸음…경찰 딜레마

유착 의혹, 사실로 드러나면 국민 불신 불가피

규명 못하면 '제 식구 감싸기' 비판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 수사가 두 달 넘게 답보 상태다.

버닝썬에서 시작한 경찰 유착 의혹은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이 함께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며 눈덩이처럼 커졌지만 어떤 의혹도 말끔히 해소되진 않았다.

사실 경찰은 어떤 수사 결과를 내더라도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어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닝썬 사태는 김상교(28) 씨가 지난해 11월 24일 이 클럽을 방문했다가 직원들과 벌인 실랑이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버닝썬에서 직원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클럽 이사인 장모 씨와 보안 요원들에게 폭행당했고, 이후 경찰에 신고했으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되레 자신을 폭행하고 입건했다고 주장했다.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이 클럽과 유착돼 있어 자신을 과잉진압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지난 1월 30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진상규명에 나섰다. 7일로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지 68일이 지났다.

수사 과정에서 유착 정황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은 전직 경찰관 강모씨가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버닝썬 측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구속해 송치했다.

하지만 강씨가 실제 이 돈을 경찰관에게 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착 의혹과 관련해 입건된 현직 경찰관 수는 아직 5명에 머물러 있다.

경찰은 승리 등의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된 윤모 총경 등 3명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했다.

윤 총경은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 대표가 2016년 7월 강남에 차린 술집 '몽키뮤지엄'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수사 과정을 알아봐 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로부터 빅뱅 콘서트 티켓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경찰은 또 2016년 가수 정준영(30)의 불법 동영상 사건을 담당했던 성동경찰서 경찰관 A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해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담당한 경찰관 B씨 역시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이들 사건이 처리된 과정이 적절치 않다고 보고 수사 대상으로 삼았지만 사건을 맡은 현직 경찰관에게 금품이 전해졌는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착 의혹이 불거진 경찰관들에게 직무유기와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적용한 것은 확실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제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의혹은 날로 증폭되는 가운데 경찰은 딜레마에 빠졌다.

경찰 수사로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혹을 밝혀내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유착 의혹 수사가 제자리걸음인 것을 두고 벌써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수사가 미진할 경우 '꼬리 자르기'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경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지능범죄수사대·사이버수사대 등 정예 수사 인력 16개팀 152명을 투입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인력만도 56명에 달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유착 의혹이 어느 것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썩은 부분을 확실히 도려내겠다는 게 수사팀의 확고한 의지"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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