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현 정부 들어 화재 급증?
화재 건수 소폭 줄었지만…대형화재는 늘어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현 정부 집권 이후 화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인터넷상에는 '현 정부 들어 화재가 급증했다'며 정부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고 비판하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만 인제, 포항, 아산, 파주, 네곳에서 산불.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 큰 산불.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는 글을 올렸다가 재난 상황에서 조롱 섞인 글이라는 항의 댓글이 이어지자 해당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현 정부 들어 화재 발생 건수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지만, 화재 관련 언론 보도는 급증했다'며 언론이 '유난을 떨어' 화재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현 정부 들어 화재 발생 건수가 급증했다고는 볼 수 없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화재 발생 건수는 2015년 4만4천435건, 2016년 4만3천413건, 2017년 4만4천178건 등으로 최근 몇 년간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4만2천337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4.1%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3월 총 1만2천100건의 화재가 발생, 작년 같은 기간(1만2천590건)에 비해 3.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형화재만 떼어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재조사 및 보고규정에 따르면 대형화재는 사망자 5명 이상 또는 사상자 10명 이상 발생했거나 재산피해가 5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재를 말한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전국 대형화재 건수는 2012년 13건에서 2013년 9건, 2014년 7건, 2015년 6건 등으로 감소했다가 2016년 7건, 2017년 9건, 2018년 15건 등으로 늘어났다.
특히 작년에는 대형화재 건수가 급격히 늘면서 최근 10년 내 최다를 기록했다.
대형화재 사망자 역시 2015년 11명에서 2016년 12명, 2017년 34명, 2018년 67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난해 사망자 수가 급증한 것은 159명의 사상자(사망 39명)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노후화된 건물과 시설이 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안전 인식은 개선되지 않아 대형화재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hisun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