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야생진드기 옮긴다?…베트남서도 SFTS 환자 첫 발생

입력 2019-04-08 06:13
철새가 야생진드기 옮긴다?…베트남서도 SFTS 환자 첫 발생

한·베트남 연구팀, 급성 열성환자 80명 중 2명 감염 확인

"아시아 전역이 야생진드기 위험지대…여행객 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야생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베트남에서도 처음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 한국, 일본에서만 보고됐던 SFTS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해외 여행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SFTS 전문가인 제주의대 미생물학교실 이근화 교수와 베트남 후에대학병원 공동 연구팀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후에대학병원에 급성 열성 질환으로 입원한 베트남인 환자 80명의 혈청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2명이 SFTS 감염병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신종감염질환'(Emerging Infectious Diseases) 5월호 인터넷판에 보고됐다.

SFTS는 야생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 이후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열이 나거나 근육통을 앓는다. 이후 설사가 나거나 근육통이 심해지고, 의식이 떨어지는 뇌 증상을 보이다가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사망하기도 한다. 치사율이 20%를 웃돌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 질환은 2009년 중국에서 처음 환자가 보고된 이후 2013년에 한국과 일본에서 첫 환자가 잇따라 보고됐다. 하지만 이들 3개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중에는 지금까지 SFTS 환자 발생 사례가 없었다.

연구팀은 SFTS 바이러스를 검출하기 위해 환자의 혈청에서 리보핵산(RNA)을 분리한 후 유전자 검사(RT-PCR) 시행했다.

이 결과 2017년 10월과 11월에 급성 열성 질환을 각각 앓았던 29세 여성 1명, 27세 남성 1명에게서 SFTS 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된 것은 물론 바이러스 감염 후 급성기에 나오는 항체(IgM)도 탐지됐다.

다행히 두 환자는 당시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병원 치료 후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가 베트남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SFTS 바이러스 매개 야생진드기에 물렸거나, 중국과 한국, 일본 등지를 오가는 철새가 베트남까지 진드기를 옮겼을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 철새의 경우 그동안 연구에서 바이러스를 보유한 진드기의 장거리 운송수단(carrier)으로 알려졌다.

이근화 교수는 "지금까지 SFTS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베트남 등의 동남아 지역도 SFTS 감염에 주의해야 함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며 "동남아 지역을 관광할 때도 숲속에서 야생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기피제와 긴 소매 옷 등을 준비하고, 급성 열성 질환의 증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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