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휴양시설까지 할퀸 화마…본격 행락철 앞두고 '허탈'
속초 한화리조트·동해 망상오토캠핌장 등 곳곳 피해
(강릉·고성·속초=연합뉴스) 이해용 최은지 김주환 기자 = 강원 동해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화마(火魔)에 주택, 창고, 비닐하우스뿐만 아니라 지역의 대표적 휴양시설까지 큰 피해를 봤다.
긴 겨울을 보내고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준비하던 숙박시설은 영업을 중단하고, 애써 덤덤한 모습으로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다.
속초 한화리조트 본관 앞 잔디밭과 공원 숲 상당수가 잿더미가 됐다. 화마는 '산아래 호수위'라는 바비큐 음식점 외벽과 내부를 심하게 할퀴었다.
더는 연기가 나거나 불씨가 살아나진 않았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이나 소방차도 없었다.
다행히 본관 건물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전날 산불이 강풍을 타고 여러 갈래로 나뉜 탓에 한화리조트 건물이 불에 탔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피해복구가 우선인 만큼 리조트 측은 시설 영업을 중단했다. 투숙객들도 모두 퇴실했다.
워터파크는 8일, 골프장은 11일 다시 개장할 방침이다.
바로 옆 설악씨네라마(대하드라마 '대조영' 세트장)는 산불로 폭격이라도 맞은 듯 초토화됐다.
목조 건축물은 모두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돌로 쌓아놓은 성벽은 형태는 남았으나 기와나 나무는 종잇조각이 됐다.
세트장 곳곳에는 불에 타고 남은 나무 기둥과 하얗게 탄 기왓장이 나뒹굴고, 불씨도 일부 남아있어 전투가 끝난 직후의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잿더미된 마을·폐차장…동트자 드러난 처참한 현장/ 연합뉴스 (Yonhapnews)
'안시성'이라는 현판이 내걸린 그을린 성벽만이 이곳이 사극 세트장이었다는 사실을 짐작게 했다.
동해의 대표적 관광시설인 망상오토캠핑리조트도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숙영시설 44채가 소실됐다.
산불이 7번 국도를 건너뛰어 해안가에 자리 잡은 이곳으로 접근하면서 리조트 주택 39채, 한옥 2주택 2채, 클럽하우스 1채, 카페테리아 1채 등이 불에 탔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으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던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동해 방면) 상가 건물과 옥계휴게소(강릉 방면)는 불길에 전소해 휴게소 차량 진입이 전면 중단됐다.
강릉과 동해지역 음식점도 산불 소식을 들은 고객들이 예약을 취소해 한산한 모습이다.
패밀리룸과 스위트룸 등 182실을 갖춘 고성 한 리조트도 전날 저녁 산불 확산으로 모든 숙박객을 급히 대피시켜야 했다.
이 리조트는 전날 숙박한 고객들에게 요금을 전액 환불해 주고 이날까지 휴업을 하기로 했다. 산불이 되살아날 위험성을 고려해서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면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붐비던 리조트는 한산했다. 시끌벅적한 가족과 연인 단위 나들이객도 눈에 띄지 않아 더욱 썰렁했다.
리조트 측은 여름 성수기가 얼마 남지 않은 4월에 인근에서 대형산불이 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리조트 관계자는 "평소 주말에는 대부분 100% 예약이 차는 편인데 이번 고성산불이 발생한 뒤 예약 취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일 예약 고객까지는 무료 취소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다행히 어제 숙박객들을 신속하게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본격적인 행락철을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나섰던 고성과 속초지역 일부 펜션, 음식점 등이 화마를 비껴가지 못했다.
dmz@yna.co.kr
chamse@yna.co.kr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