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도 입시비리 불똥…학부모가 펜싱코치 집 5억 비싸게 사줘
감정가 거의 2배에 사준 뒤 손해보고 팔아…하버드대, 조사 착수키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 전역이 사상 최악의 초대형 입시 비리로 들끓는 가운데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불거졌다.
4일(현지시간)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의 유명 기업가 자오제는 아들의 펜싱 활동을 계기로 하버드대의 전설적인 펜싱 코치 피터 브랜드와 친구가 됐다.
인터넷 전화회사 '아이톡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스'의 공동 창업자인 자오는 2016년 5월 매사추세츠주 니덤에 있는 브랜드 소유의 방 3개짜리 집을 98만9천500달러(약 11억2천만 원)에 사줬다.
영국 식민지풍의 평범한 이 집은 감정가가 54만9천300달러(약 6억2천만 원)에 불과했다. 감정가의 두 배에 육박하는 비싼 돈을 내고 집을 구매한 것이다.
당시 이 마을의 조세사정인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말했다고 보스턴글로브가 보도했다.
자오 덕분에 집을 비싸게 처분한 브랜드와 그의 아내는 몇 주 후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훨씬 가까운 아파트를 130만 달러(약 14억8천만 원)에 얻을 수 있었다. 이는 호가보다 31만1천 달러(약 3억5천만 원)나 비싼 가격이었다고 한다.
반면 브랜드의 집을 비싸게 사준 자오는 17개월 뒤 이 집을 겨우 66만5천 달러(약 7억5천만 원)에 팔아 32만5천 달러(약 3억7천만 원)의 손해를 봤다.
아버지가 코치의 집을 사줄 당시 고교 2학년생이었던 자오의 아들은 결국 하버드대에 입학해 대학 펜싱팀에 합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자오는 브랜드가 원래 집에서 12마일(약 19.3㎞)을 통근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터 브랜드가 펜싱 연습 때문에 너무나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를 돕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하버드대는 독립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다만 하버드 문리대학장인 클로딘 게이는 이번 의혹이 최근 50명이 기소된 초대형 입시비리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검찰청과 연방수사국(FBI)은 뇌물을 뿌려 각종 대입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입시 컨설턴트 윌리엄 릭 싱어와 학부모 33명, 명문대 스포츠팀 코치 등을 무더기 기소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