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초토화된 백두대간…하룻밤 새 여의도 1.8배 잿더미(종합)

입력 2019-04-05 16:21
산불에 초토화된 백두대간…하룻밤 새 여의도 1.8배 잿더미(종합)

전국 18곳서 동시다발 산불, 민가로 번져 529ha 피해 추산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원도 고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하룻밤 사이 전국 18곳에서 불이 났고 피해 추정 면적만 529ha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임야가 잿더미로 변했다.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고성을 비롯해 곳곳에서 주민 수천 명이 화마를 피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수백채의 주택과 시설물이 불타고 도로가 통제되는 등 피해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역대급 피해로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강원도 고성·속초, 강릉·동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 초속 30m 강풍 타고 일대 초토화

고성 산불은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한 도로 개폐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으로 옮겨붙은 불은 밤사이 초속 20∼30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두 갈래로 빠르게 번졌다.

속초 시내와 고성 해안가로 확산한 불은 인근 민가와 군부대를 위협했고 4천85명이 대피했다.

주택 300여채와 창고, 비닐하우스 11개 동도 시커멓게 불탄 채 발견됐다. 6천315가구에 가스공급이 한때 차단되기도 했다.

불이 휩쓸고 간 고성군 토성면 도로에서 A(58)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또 11명이 부상했다.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집계한 고성 산불 피해면적은 250ha(250만㎡)에 이른다.





고성과 속초 산불로 피해가 속출할 즈음인 4일 오후 11시 50분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망상동에도 불이 시작됐다.

망상 인근 40여 가구 중 11가구가 전소했고 인근 실버타운도 불에 탔다.

실버타운 입주자 120여 명은 긴급 대피하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중앙재난대책본부는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 화재로도 250ha의 산림이 불탄 것으로 집계했다.

강원 인제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면적은 25ha로 추산됐다.

이곳은 아직 진화가 덜 된 상황이라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꺼진 줄 알았는데"…재발화 피해도 속출

대형 산불 이후 재발화로 인한 산림 피해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3시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 운제산 정상 근처 산불이 재발화 했다.

불이 난 곳은 지난 3일 오후 불이 나 산림 3㏊가 탄 곳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4일 오후에도 불씨가 되살아났다가 진화된 바 있다.

소방당국과 포항시는 헬기 등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서 4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다.

이날 0시 10분께 부산 해운대 운봉산에서도 불씨가 되살아났다.

해운대 운봉산 화재는 지난 2일 발생해 임야 20ha를 태우고 18시간만인 지난 3일 처음 진화됐다.

하지만 초진 이후에도 이번까지 세 차례 재발화 하며 주민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 오전 2시 2분께 부산 기장군 남대산 중턱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임야 1ha를 태웠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만 하루 동안 전국에서 1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경기 파주·포천·연천·처인·남양주, 경남 의령·함안, 충남 아산, 경북 봉하·포항·의성, 강원 횡성·원주·고성·강릉, 충남 논산, 부산 해운대 등이다.

이들 중 해운대와 강릉, 포항 산불을 제외한 15곳의 합계 추산 피해면적은 5.94ha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재난 대책본부가 추산한 강원 고성 250ha, 강릉 옥계·동해 망상 250ha, 인제 25ha에 이를 더하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임야가 잿더미로 변했다.

축구장 면적(7천140㎡가량)의 735배에 달하는 면적이 하룻밤 새 불에 탄 셈이다.

김성용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산불은 낙엽층 아래와 유기물층에 불씨를 남기는데 이곳은 헬기로 물을 뿌려도 닿지 않아 숨어있던 불씨가 바람을 만나면 재발화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씨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온도가 400도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초속 2∼3m 바람만 불어도 불씨가 살아날 수 있어 잔불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영서, 이종건 이해용 양지웅 차근호, 한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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