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비상 속 정의용 국회 질의에 늦게 靑복귀…"한국당 책임론"(종합2보)

입력 2019-04-05 18:51
수정 2019-04-05 19:15
산불비상 속 정의용 국회 질의에 늦게 靑복귀…"한국당 책임론"(종합2보)

민주·평화·정의 "한국당이 정의용 발목"…한국 "여당, 양해 구한 바 없다"

정의용, 회의 중 상황 설명…'심각성 몰랐다' 나경원 해명에 비판 제기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동환 기자 =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늦은 이석'을 놓고 5일 정치권 안팎에서 '자유한국당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 실장은 전날 청와대 업무보고 등을 위해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고성 산불은 당일 오후 7시 넘어 발생했고, 오후 7시52분 정회한 운영위 전체회의는 저녁 식사를 마친 오후 9시 25분께 재개됐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회의를 속개하고 첫 질의가 끝난 오후 9시 35분께 고성 산불을 언급하면서 청와대에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정 실장은 이에 "(산불이) 고성군에서 시작돼 바람이 동향으로 속초시내까지 번지고 있어 민간인 대피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상황이 심각한데 정 실장이 지휘를 하셔야 한다"며 "그것을 감안해서 위원님들이 질의를 해주시고 추가적 질의가 없으신 것이 확인되면 바로 이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고 홍 위원장은 오후 10시께 다시 정 실장의 이석 문제를 꺼냈다.

홍 위원장은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해 속초시내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있는데 위기대응 총책임자인 정 실장 이석 양해를 구했더니 (야당이) 안된다고 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에 "저희도 정 실장 빨리 보내드리고 싶다"며 "그러려면 (질의) 순서를 (미리) 조정했으면 됐다"고 맞섰다.



홍 위원장은 그로부터 20여분이 지난 오후 10시 22분께 '정 실장에게 추가 질의를 할 의원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실장은 결국 한국당 의원 2명의 추가 질의가 끝난 오후 10시 38분이 돼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강원 산불에도 재난컨트롤타워인 정 실장을 3시간이나 붙잡아둔 자유한국당은 강원도민 앞에 즉각 사죄하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국가재난에 버금가는 초대형 산불이 나 온 국민이 마음 졸이며 TV의 재난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한국당만 홀로 청개구리처럼 질의를 하겠다고 우기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한국당은 자신들의 질문할 권리가 중요한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질문이 중요? 생명이 중요!"(민주당 이석현 의원), "전 국민을 우려케한 국가재난 수준의 산불을 설명해줘야만 알아듣는 분이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무소속 손혜원 의원) 등 여권 의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국당 비판에 가세했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으면 안보실장을 빨리 보냈어야 한다"며 "오히려 나경원 (원내)대표가 빨리 보내자 그랬으면 굉장히 국민적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어떻게 됐든 모든 사고의 초동 대처가 중요하기 때문에 빨리 보냈어야 되는데 이래서 우리 국회가 욕을 먹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업무보고를 시작하고 나서 여당 쪽이 계속해서 요구한 것은 정 실장이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니 빨리 이석시켜달라는 것이었고, 저희는 그래도 한 번씩은 질의를 하고 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저녁 식사 시간 '산불의 심각성으로 안보실장이 먼저 이석하겠다'고 (여당이) 양해를 구한 바가 전혀 없다"며 "오후 9시 30분쯤 홍영표 원내대표가 불이 났는데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저희는 심각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서너분 질의 예정이라 길어야 30∼40분이니 끝나고 가면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또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오후 9시 30분이 돼서야 산불에 대한 (정 실장의) 보고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을 국가위기관리센터로 보내서 상황관리를 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화재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는 보고는 없었다. 그렇게 긴박한 상황이었다면 (정 실장 보고 직후) 민주당 윤준호 의원도 질의를 하지 않았어야 논리적으로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실장이 오후 9시 35분께 홍 위원장의 요구를 받고 "민간인 대피령을 내렸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다는 한국당의 해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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