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돌 맞아 집결한 나토, '동맹' 강조했지만…곳곳서 균열
트럼프 시대 美-유럽 '불안한 동거' 장면 고스란히 노출
러시아 위협 공동대응…방위비 증액 등 놓고 긴장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백나리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0돌을 맞아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모인 나토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을 결의하는 등 단결을 강조하며 동맹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회의 기간 방위비 분담 인상 압박,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인 S-400 도입,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 장비 사용금지 요청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다른 회원국 간에 균열이 다시 불거지는 등 긴장감도 돌았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연출돼온 나토 내 미국과 유럽 동맹 간 '불안한 동거'의 장면이 70돌 행사에서도 연출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나토를 '낡은 동맹'으로 몰아붙이며 '무용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취임 후에는 무임승차론을 내걸며 방위비 압박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때문에 지난 70년간 서방 안보를 지켜온 나토 동맹이 미국과 유럽 간 갈등으로 전례 없는 긴장에 휩싸여 왔다.
나토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미 국무부 청사에서 회의를 하고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정찰 활동을 비롯한 해상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해 제공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를 무력으로 침공했으며,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합병한 바 있다.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나토 회원국 가입을 원하고 있다.
나토 외교장관들은 이와 함께 러시아에 크림반도 합병을 끝내고 지난해 11월 나포한 우크라이나 함정 3척을 풀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 미·러 간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 준수도 압박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러시아가 협정 준수로 복귀하지 않으면 조약은 종료될 것"이라며 6개월 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제국주의의 어두운 꿈을 품고 있다"며 조지아 침공과 크림반도 합병, 시리아 및 베네수엘라 사태 개입 등을 거론한 뒤 "그는 우리의 동맹을 분열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방 민주주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등을 감안, 우리는 우리의 방위력을 향상하고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터키의 러시아제 S-400 도입을 둘러싼 미·터키 간 갈등과 독일 등을 겨냥한 미국의 방위비 압박, 미·캐나다 간 관세 대립 등의 문제가 기념식 내내 드리워진 상태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의 위협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시민들이 방위비 지출이나 안보비용 지출 확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지겨운 변명을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라며 방위비 증액 압박에 나섰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전날 나토 창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독일을 지목하며 "반드시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화웨이 및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문제 등을 고리로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중국과의 밀착 ' 단속에도 재차 나섰다. 유럽 국가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서려는 중국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측면도 있어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중국 스파이 활동 악용 소지를 제기하며 5세대(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나토 동맹국들을 압박해온 것과 관련, "미국 입장에서 위험이 한계점을 넘는다면 우리는 그저 정보 공유를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각 주권국은 자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고 그런 후 미국은 미국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토 동맹국인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 계획을 공식화한 데 대해서는 "빚의 덫을 놓는 중국의 외교에 각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각국이 내릴 결정"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터키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S-400 도입을 둘러싼 미·터키 간 갈등도 회의 기간 불거졌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행사에서 "터키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동맹의 파트너로 남을지, 아니면 무모한 결정으로 동맹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또한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의 회담 후 성명을 내고 "폼페이오 장관은 시리아 북동부에서 터키의 단독 군사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파괴적인 결과를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터키측은 "동맹이냐 쿠르드냐"라고 응수하는 한편 국무부에 대해서도 양국 외교장관의 회담 내용을 왜곡했다며 강력반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어제 장시간 좋은 회담을 가졌다. 미국과 터키가 긴밀하게 협력할 훌륭한 기회가 있다"면서도 전날 국무부 발표 내용은 정확했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미국이 캐나다의 철강 생산에 대해 '잠재적 안보 위협'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관세를 부과한데 대해 "터무니 없는 조치"라며 "캐나다는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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