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스라엘 행보' 브라질 보우소나루, 상반기 아랍권 방문 추진
외교장관 "사우디·UAE 등 포함 가능성"…아랍권 반발 완화 시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친(親) 이스라엘 행보로 아랍권의 반발을 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올해 상반기 중 아랍 국가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랍권 방문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라우주 장관은 브라질의 주요 협력 대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와 알제리, 오만 등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 방문에서 예루살렘에 무역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면서 아랍권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브라질산 쇠고기와 닭고기, 대두, 옥수수 수입 중단을 검토하겠다면서 인도·터키·미국·아르헨티나 등으로 수입선을 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아랍권에 대한 브라질산 농축산물 수출은 115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의 136억 달러보다는 15% 가까이 감소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브라질 국민의 역사적 행동과 모순될 뿐 아니라 국제법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브라질 주재 이브라힘 알제벤 팔레스타인 대사가 하마스의 성명은 브라질을 적으로 간주하고 보복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아랍권의 보우소나루에 대한 반감을 가라앉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브라질에 주재하는 아랍권 대사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아라우주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등 무역사무소 설치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을 몰아내고 점령한 곳으로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교의 성지이며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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