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난민표류 사태 재연…난민 64명 탄 獨난민구조선 발묶여(종합)

입력 2019-04-05 03:40
수정 2019-04-05 19:12
지중해 난민표류 사태 재연…난민 64명 탄 獨난민구조선 발묶여(종합)

이탈리아·몰타, 자국 입항 거부…살비니 "함부르크로 가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리비아 연안에서 유럽행 난민 64명을 구조한 독일 구호단체의 난민구조선이 이탈리아와 몰타 등 지중해 연안 국가의 입항 거부 속에 지중해에서 발이 묶인 채 애를 태우고 있다.

독일 비정부기구 씨아이(Sea Eye)가 운영하는 난민구조선 '알란 쿠르디'는 3일 리비아 근해에서 신생아 1명과 어린이 1명이 포함된 난민 64명을 구조한 뒤 4일 오후(현지시간) 기준으로 이탈리아 최남단 섬 람페두사를 향하고 있다고 이탈리아 ANSA통신이 보도했다.



이 배는 입항 허가를 받기 위해 몰타, 이탈리아 당국과 각각 접촉했으나, 두 나라 모두 난민선의 자국 진입을 거부하자 난민들을 내려놓을 항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씨아이의 대변인은 "어디에 정박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작년 6월 취임 이래 "이탈리아가 유럽의 '난민 캠프'가 될 수 없다"며 난민 구조선의 이탈리아 항구 입항을 불허하는 등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 배는 독일 선적이다. 따라서 함부르크 항으로 가야 한다"며 이탈리아 입항 허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씨아이는 그러나 "지중해가 아닌 북해에 위치한 함부르크로 가라는 건 말도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 제공]

씨아이 관계자는 함부르크까지 항해하려면 3∼4주나 걸리고, 배에 음식과 물도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기상이 악화하면서 상당수 난민들은 노출된 갑판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잠을 자는 등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을 태운 비정부기구(NGO)의 선박이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에도 독일 난민구조단체 '씨워치'가 구조한 난민 47명이 유럽 각국의 거부 속에 지중해를 열흘 넘게 떠돌다가 유럽 7개국이 분산 수용에 합의한 이후에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는 등 유럽에 널리 퍼진 난민 거부 분위기 속에 지중해 난민 표류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한편, 살비니 부총리는 이날 주요 7개국(G7) 내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프랑스 파리에서도 기자들을 만나 "독일 내무장관에게 난민 64명을 책임지라고 말했다. 난민구조선이 독일 선박인 까닭에 독일이 해결해야 한다"며 강경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 회의에서) 지중해에서의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다. NGO들은 난민 밀입국업자들의 범죄 행위를 도우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살비니 부총리가 항구를 봉쇄한 효과로 올 들어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92%, 재작년에 비해서는 98% 급감한 532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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