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보다 투쟁 택한 민주노총…'경사노위 참여' 동력 잃을 듯
대의원대회 안건 상정도 안 해…참여 찬성파는 하반기 공론화 추진
경사노위 '불완전체' 상태 계속…사회적 대화 난항 예상
(고양=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결정이 또 뒤로 미뤄졌다.
민주노총은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제68차 대의원대회를 열어 올해 사업계획을 승인했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참여 문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대의원대회는 이렇다 할 토론도 없이 약 2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지난 1월 28일 대의원대회가 경사노위 참여 문제를 둘러싼 격론으로 다음 날 새벽에야 끝난 것과 뚜렷이 대비됐다.
당초 일부 대의원이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현장 발의 형식으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사노위 참여 자체를 거론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회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파업에 대한 사업주의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대화보다 투쟁이 우선이라는 강경한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가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심의한 전날 국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석방됐지만, 김 위원장의 연행은 민주노총에서 투쟁 분위기가 퍼지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관계법 개정이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감에 따라 민주노총은 총파업까지 불사하는 강경한 투쟁으로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채택한 특별결의문은 "정부와 국회가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의 교섭권·파업권 개악 요구로 공식 입법 논의에 돌입할 경우 총파업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또 미뤄졌지만,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게 아니라 상정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불씨는 남겨두게 됐다.
경사노위 참여 찬성파는 올해 하반기 경사노위 참여를 다시 공론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는 문재인 정부가 이미 임기 중반에 접어든 시점으로, 개혁을 힘있게 추진하기 어려워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보수 진영의 여론 공세에 밀린 정부의 '우클릭' 행보를 강도 높은 투쟁으로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도 당분간 '불완전체' 상태를 이어가야 할 상황이 됐다. 노동계의 한 축이 빠진 경사노위가 내놓을 사회적 합의도 무게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불참한 사회적 합의의 한계는 경사노위가 지난 2월 내놓은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의 후폭풍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에 대해 민주노총은 '불법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노동계는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최종 의결하기 위해 열린 경사노위 본위원회에는 근로자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불참했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에 반대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도 탄력근로제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같이 논란이 첨예한 현안보다는 장기적인 과제에 관한 논의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사노위는 이날 오전 토론회를 열어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위한 큰 틀의 방향을 담은 검토안을 발표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토론회 개회사에서 "말로는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하지만, 실제로 논의에 들어가면 정말 어려운 게 사회적 대화"라며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부에는 사회적 대화도 속도보다는 내실 있는 논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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