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학교 물품 구매 잇단 '잡음'…경찰·교육청 진상 조사(종합)
경찰 학교 체육관, 강당 등 암막용 스크린 납품 경위 수사
급식기구 설치 대행업무도 편중…교육청 "제도 개선"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일선 학교 물품 구매 과정에서 잇따라 잡음이 나오고 있다.
경찰과 도교육청이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유착 의혹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4일 전남도교육청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016년 말에서 지난해까지 전남 학교에서 이뤄진 전동·수동 암막용 스크린의 납품·설치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일부 의혹을 제보받은 도교육청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기간 암막용 스크린 등을 설치한 53개 학교에서 제3자 단가계약 방식으로 집행한 예산은 26억원에 달한다.
단가계약이란 공공기관에서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물품에 미리 단가를 정해 수요기관이 계약자에게 납품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지역교육청, 학교 등에서는 우수 중소기업의 물품을 조달청을 통해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업체 간 경쟁으로 잡음이 나오기도 한다.
암막용 스크린은 학교 체육관, 강당, 교실 등에 햇빛을 차단하는 블라인드와 유사한 설치물이다.
경찰과 교육청은 대부분 특정 업체 한곳에서 계약을 휩쓴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실제 계약 내용보다 낮은 사양의 제품이 설치됐는지도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은 계약이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유착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려고 학교 관계자, 교육 공무원 등 수십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해당 업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서류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조만간 업체 관계자도 소환해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판단할 예정이다.
의혹은 학교 급식 기구 구매 과정에서도 나왔다.
박문옥 전남도의회 의원은 지난 3일 도의회 교육행정 질의에서 "특정 업체가 조리시설 등 전남 학교 급식기구의 과반을 납품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에 사실을 확인하려고 설치업체 현황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런 공문은 존재하지 않는다'였다"고 의문을 던졌다.
가령 에어컨을 조달청에서 구매하면 지역 대리점이 설치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은 대행업체를 통해 급식기구를 학교에 납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원청' 지위의 회사로부터 설치와 유지보수 명목으로 20∼30% 수수료를 받는 대행업무의 태반이 특정 업체에 쏠리고 있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장석웅 교육감은 "전남 학교 주방기구의 50∼60%의 납품 대행을 특정 업체가 차지한다"며 "대행업체가 실제로 납품을 하고 설치를 하는데도 지역교육청에는 원청회사, 제조사 기록만 남아있어 유착 등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급식기구 관련 예산은 40억원에 달한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이뤄진 급식기구 계약을 전수조사하고 대행업체 명단도 확보하기로 했다.
다만 전남에 등록된 업체가 3곳에 불과해 경쟁력에 따른 일정 부분 편중은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도교육청은 또 급식기구 선정 회의를 거쳐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조달청 쇼핑몰에 등재되지 않은 물품은 추정가격 1천만원 이상이면 경쟁입찰을 시행할 계획이다.
급식기구 선정위원회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도록 권장하던 것을 의무화하고 최소한 동종 3가지 제품의 평가표를 작성해 그 결과를 지출결의서에 첨부하도록 했다.
장 교육감은 "핵심은 본청, 지역 교육지원청, 학교가 특정한 업체와 유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고 이는 도교육청의 신뢰도와 청렴성을 훼손하는 문제"라며 "도교육청의 청렴도는 내·외부 공히 최하위 수준인데 적어도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는 교육의 장에서 부정, 비리가 횡행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만큼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다양하게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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