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돌풍 40대 기수 정조준한 태국 군부…폭동선동 혐의 고소

입력 2019-04-04 11:43
총선 돌풍 40대 기수 정조준한 태국 군부…폭동선동 혐의 고소

"퓨처포워드 타나톤 대표, 2015년 학생시위 때 차량 제공"

타나톤 "정치적 의도"…군정 연장 반대세력 '싹' 자르기 해석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군부 정권이 총선에서 급부상한 '40대 기수' 정치인을 정조준하고 있다.

군부정권 연장 반대 공약을 앞세워 일약 제3당에 오른 만큼, 반(反) 군정 연장 세력의 싹을 조기에 자르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군부정권 최고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는 전날 '폭동선동 혐의'로 타나톤 쭝룽르앙낏(41) 퓨처포워드당 대표를 고소했다.

NCPO는 고소장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이듬해인 지난 2015년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학생운동가가 경찰의 추격을 뚫고 도주했을 당시 타나톤 대표가 자신의 차량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타나톤 대표는 오는 6일 경찰에 출석해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타나톤 대표는 기자들에게 "군부정권 조치를 예상했다. 새로울 것도 없다"면서 "우리의 결백을 믿는다. 일련의 사법적 조치들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태국 인권단체인 아이로(iLAW)도 군부정권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리오 측은 페이스북에서 군부정권 반대 인사가 폭동선동 혐의로 군부에 의해 고소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차뚜론 차이생 전 교육부 장관 등 저명한 정치인을 비롯해 최소한 66명이 같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태국 지부의 선임연구원인 수나이 파숙은 파나톤 대표 고소는 표현의 자유와 비폭력적인 반대의 권리를 군부정권이 전혀 개의치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라고 지적했다.



창당한 지 1년밖에 안 된 퓨처포워드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350개 지역구 중 30석에다 비례대표 의석까지 합하면 최대 87석을 얻어 탁신계 푸어타이당과 군부정권을 지지하는 팔랑쁘라차랏당에 이어 단숨에 3위가 될 전망이다.

퓨처포워드는 특히 푸어타이당 주도 연립정부에 참여하면서 누구보다 강하게 군정 연장 종식을 주장하고 있어 군부 정권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앞서 군부 실세 아삐랏 꽁솜뽕 육군참모총장은 2일 공개연설에서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과 교수들에게 어떤 민주주의를 배웠건 민주주의는 전 세계 다른 문화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왔음을 강조하고 싶다"며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내전(civil war)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다수의 유학파로 구성돼 있고 입헌군주주의와 군부정권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피력해 온 퓨처포워드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많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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