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러라고 침입한 여성 배후에 중국 관련 단체 있다"(종합)
SCMP "유엔중국친선협회, 유명 정치인 만남 주선하며 中 고객 유치"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안승섭 김윤구 특파원 = 지난달 30일 악성 소프트웨어를 소지한 중국인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물던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들어갔다가 체포되면서 그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여성의 배후에 유명 정치인과 만남을 주선한다고 하면서 중국인 고객을 유치한 '유엔중국친선협회'가 존재한다고 4일 보도했다.
장위징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연방 공무원에게 거짓 진술을 하고 제한구역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플로리다 남부 지방법원에 형사 고발된 상태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 여성은 침입 당시 리조트 직원에게 '유엔 친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왔으며, '찰스'라는 이름의 중국인 남성에게 초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SCMP는 이 여성이 언급한 찰스가 '유엔중국친선협회'라는 단체를 운영하는 '찰스 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유엔 중국 친선 협회의 웹사이트에는 찰스 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과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으나, 현재 이 웹사이트는 폐쇄된 상태이다.
이 웹사이트와 관련된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 등에 따르면 이 단체는 유명한 정치인과 사진을 찍거나 만날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하면서 중국인 고객을 유치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 단체는 유엔 경제사회국(DESA)의 시민사회 참가자도 자칭했으나, DESA에 등록된 비정부기구(NGO) 명단에는 이 단체가 없었다.
이 단체가 만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유명인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조지 W.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 매체 마이애미 헤럴드는 이 단체가 불법 로비 의혹을 받는 '신디 양'과도 연관됐다고 보도했다.
중국계 사업가인 신디 양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며 중국 사업가들을 공화당 정치 거물들에게 소개하는 불법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신디 양은 지난해 1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어린이 자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과시하기도 했는데, 중국인 여성이 마러라고 리조트에 무단 침입하려고 했던 지난달 30일은 바로 올해 이 자선 행사가 개최되기로 예정됐던 날이었다.
이 행사에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누나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디 양의 불법 로비 의혹 조사 등으로 행사는 취소됐다.
신디 양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찰스 리가 신디 양과 함께 두 차례 사진을 찍었다는 여러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신디 양은 찰스 리나 장위징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정부는 중국인 여성이 스파이로 의심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은 미국 측으로부터 중국인 1명이 3월 30일에 체포됐다고 3일(현지시간) 통보받았다"면서 "영사관은 당사자와 연락해 영사 협조를 제공했다"고만 답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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