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트는 치매 치료…염증 조절 신약 임상시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들이 임상시험에서 줄줄이 실패하자 일부 과학자들은 뇌의 과잉 면역반응에 의한 과도한 염증으로 표적을 돌리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이를 연구해 온 미국 켄터키대학 샌더스-브라운 노화 연구센터(Sanders-Brown Center on Aging) 실장 린다 반 엘디크 박사는 뇌의 과도한 염증을 차단하는 신약으로 개발된 MW151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첫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3일 보도했다.
이 임상시험을 위해 국립보건원(NIH)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발견 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이 550만 달러를 지원한다.
반 엘디크 박사에 따르면 정상적인 염증은 감염을 해소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좋은' 염증이지만 염증이 지나치거나 오래 지속되면 뇌의 여러 부위에 신호를 전달하는 뉴런(신경세포)을 파괴해 '나쁜' 염증이 된다.
이 신약은 '좋은' 염증은 건드리지 않고 '나쁜' 염증을 차단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소분자로 중추신경계(CNS)에 침투할 수 있는 이 신약은 쥐 실험에서 뇌 질환 또는 뇌 외상으로 인한 염증성 단백질 사이토킨의 과잉 생산을 차단, 면역기능 억제 없이 면역반응의 항상성(homeostasis)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체충격(fluid percussion)으로 뇌 외상을 유발시킨 쥐들에 이 신약을 소량(0.5~5.0mg/kg) 투여한 결과 뇌 피질에서 사이토킨의 하나인 인터류킨-1 베타(IL-1β)의 증가가 억제됐다.
그러나 뇌의 면역세포인 소교세포와 성상세포의 반응은 유발되지 않았다.
반 엘디크 박사는 치매는 워낙 복잡한 질환이라서 염증을 억제하는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치매의 다양한 메커니즘을 표적으로 하는 '칵테일' 약의 한 부분으로서는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학회는 이 신약이 성공한다면 치매 예방과 치료의 방향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치매의 진행을 5년만 지연시켜도 치매 발생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약이 효과가 확인된다면 심근경색과 뇌졸중 예방을 위해 저단위 아스피린을 복용하듯 치매 예방을 위해 하루 한 알씩 복용하면 될 것이라고 반 엘디크 박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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