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리벤지 포르노' 처벌키로…최대 징역 6년

입력 2019-04-03 19:08
이탈리아, '리벤지 포르노' 처벌키로…최대 징역 6년

살비니가 주장한 성폭행범 화학적 거세 제안은 불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성 관련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동의 없이 인터넷에 무차별 살포하는 '리벤지 포르노'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이탈리아가 이를 무겁게 처벌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하원은 2일(현지시간) 리벤지 포르노, 스토킹을 포함해 여성을 상대로 한 각종 폭력 피해자의 효과적인 보호와 가해자 형량 강화를 위한 일명 '코디체 로쏘'(Code Red)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리벤지 포르노 가해자는 1∼6년의 징역형과 5천∼1만6천유로(약 640만∼1천9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잇따랐고, 얼마 전에는 오성운동 소속의 하원의원 줄리아 사르티(32)가 전 남자친구가 올린 리벤지 포르노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이 법안에 앞장선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와 중도좌파 민주당(PD) 등 야당은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이 법안은 또한 성폭력과 스토킹 등의 피해를 신고하면, 접수한 지 사흘 이내로 사법기관이 개입해야 한다는 조항과 가정폭력과 스토킹, 성폭행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얼굴에 영구적인 상처를 입힌 가해자는 8∼1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제안한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 방안은 논란 끝에 이번 법안에서 빠졌다.

살비니 부총리는 성폭행범의 경우 감옥에 가는 대신에 화학적인 거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으나, 그의 이런 구상은 연정 파트너인 집권 오성운동의 반대에 가로막혀 불발됐다.

한편, 서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에서는 가정폭력과 스토킹, 여성 살해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이탈리아에서는 이틀에 한 번꼴에 해당하는 매년 174건의 여성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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