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관련 경찰총수 첫 '사죄' 언급…양민학살 사실상 인정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 앞에 약속"…추후 공식입장 나올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제주 4·3사건 행사에 참석해 경찰 총수로는 처음으로 희생자에 대한 사죄 입장을 밝혔다.
민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주4·3범국민위원회 주최로 열린 '71주년 제주 4·3항쟁 광화문 추념식'에 참석한 뒤 작성한 방명록에서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정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썼다.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민 청장은 '애도를 표한 것을 사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뒤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는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3사건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당시 수많은 주민이 군·경 토벌대로부터 좌익분자로 몰려 학살당했다.
경찰청장이 4·3사건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사죄를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당시 양민학살에 경찰도 일정 부분을 담당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경찰청장의 이날 사죄 언급은 그와 같은 조사 결과를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 청장은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우리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로 거듭나겠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 앞에 약속드린다"고 말해 경찰이 군과 함께 당시 무고한 민간인 학살에 관여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과거 자행한 인권침해 사안들에 대해 경찰 총수가 사죄 입장을 표명한 전례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2017년 6월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 물대포에 맞은 뒤 숨진 백남기 농민과 유족에게 사죄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청장은 1987년 1월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숨진 박종철 열사, 같은 해 6월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도 함께 언급했다.
4·3사건에 대한 민 청장의 사죄 언급 역시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식성을 띤 언급이 아니라 취재진과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나온 말인 만큼 향후 민 청장이 경찰청 공식입장 성격으로 4·3사건과 관련해 별도로 사죄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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