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전이 유전자 CDK12, 염색체 분리도 관여"

입력 2019-04-03 16:04
"암세포 전이 유전자 CDK12, 염색체 분리도 관여"

미 솔크연구소 보고서…새 항암치료제 '실마리' 기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전이성을 가진 자궁암·전립선암·유방암 등은 치료가 매우 어렵고 환자의 생존율도 낮다.

요즘 면역치료법이 주목받지만 이런 암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CDK1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약 3~5%의 환자만 효과를 보고, 나머지는 면역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CDK12 억제 약물의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억제제를 개발하면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는 대다수의 자궁암·전립선암·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솔크연구소 과학자들이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는, CDK12 유전자의 알려지지 않은 기능을 발견했다.

솔크연구소가 2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연구소의 캐서린 존스 교수팀은 관련 연구보고서를 학술지 '진스 & 디벨로프먼트(Genes & Development)' 최근호에 발표했다.

CDK12가 DNA 복구에 필요한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한다는 건 최근 확인된 사실이다.

이 유전자가 억제되면 세포는 효율적으로 DNA를 복구하지 못한다. 그래서 CDK12가 억제되면 화학치료로 암세포를 죽이기 쉬워진다.

이번에 연구팀은 유전자 해독 단계에서 CDK12의 제어를 받는 유전자 수백 종을 가려냈다.

이 가운데 다수는 암세포 대사를 제어하는 mTORC1 유전자의 통제를 받았다. 이들 유전자가 암세포의 성장에 관련돼 있다는 의미다.

CDK12는 주로 세포핵에 있지만, mTORC1 유전자와 함께 유전자 해독(translation)에 관여한다. 유전자 해독은, 리보솜이 mRNA의 유전암호를 풀어 폴리펩타이드(단백질)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mTORC1의 통제를 받지 않는 다른 여러 유전자도 세포 분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연구팀은 현미경 영상 분석을 통해 CDK12가 염색체의 응축과 분리를 돕는다는 걸 확인했다. 염색체 분리에 필요한 유전자의 발현에 CDK12가 이렇게 관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존스 교수는 "지금까지 누구도 알지 못했던 유전자 해독 경로를 이번에 발견했다. 이 경로는 세포 분열, 특히 염색체 분리의 수많은 연관 요인들이 이용했던 것"이라면서 "어떻게 암세포가 파괴되고, CDK12의 화학적 억제제가 어떻게 암세포 사멸을 도울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존스 교수는 이어 "CDK12를 억제하는 표적 약물을 개발하면,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는 대다수 암에 화학치료제나 면역치료제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전이암 치료에서 CDK12의 작용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정상 세포에서 CDK12가 어떻게 억제되는지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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