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정권 "혼란·내전" 언급…총선 이의제기 차단 시도
총리 "악의로 인터넷에 왜곡된 정보 올려…왕실 약화하려 해"
군부실세 "민주주의 형태는 다양…규칙 거부하면 문제 생겨"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총선 이후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군부정권 인사들이 잇따라 강경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3일 방콕포스트와 더 네이션 등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지난 1일 언론에 "악의를 가진 이들이 불안을 촉발하기 위해 왜곡된 정보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다"면서 "소동을 야기하고 종교와 왕실을 약화하기 위해 사실을 꾸미려 애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쁘라윳 총리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특별 명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법적 절차가 허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개표 혼란으로 비난받는 선관위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논란에 대해서 이미 설명했다. 사실 이상으로 더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총선 이후 정정이 불안하면 또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군 핵심 실세는 이번에도 유사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삐랏 꽁솜뽕 육군참모총장은 전날 왕실근위대인 제1사단 행사에 참석,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과 교수, 관료들에게 그들이 어떤 민주주의를 배웠건 민주주의는 전 세계 다른 문화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민주주의 세계에서는 많은 형태의 민주주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삐랏 총장은 이어 규칙을 따르길 거부하면 문제를 야기할 뿐이라면서 일부 정당들은 '민주-독재 진영'이라며 태국 국민을 편 가르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와 같은 또 다른 내전(civil war)을 원하는 것인가? 규칙을 따르고 의회 내에서 싸우는 것이 어떤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삐랏 총장은 이어 "사법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버리는 누군가와는 달리 몇몇 부자들은 기소되고 징역형을 받아도 해외로 달아나지 않는다"며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겨냥하기도 했다.
하루 시차를 두고 이어진 쁘라윳 총리와 아삐랏 총장의 '강경 발언'은 선거부정 의혹 등 야권의 주장을 그대로 묵인할 경우, 정국 안정에 불씨가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군부 정권이 '불안·혼란·내전' 등 강경한 용어를 사용하며 경고에 나선 만큼, 총선 결과를 둘러싼 야권의 반발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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