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차관급 '손타쿠' 논란…"아베 지역구 도로사업 알아서 해줬다"(종합)

입력 2019-04-03 15:40
日차관급 '손타쿠' 논란…"아베 지역구 도로사업 알아서 해줬다"(종합)

야당, 사임 요구키로…아베는 사실상 파면 거부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의 차관급 인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역구 도로사업과 관련해 "두 사람은 말 못 하니 내가 알아서 가능하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副大臣)은 지난 1일 혼슈(本州)와 규슈(九州)를 잇는 도로사업 조사와 관련해 "국가가 직접 관할하는 조사로 끌어올렸다"며 "내가 '손타쿠' 했다"고 말했다.



손타쿠(忖度)는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지는 않았지만,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한다는 뜻이다.

손타쿠는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사학재단들이 특혜를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 스캔들'에도 등장해 2017년에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아베 총리 혹은 윗선의 의사를 헤아려 특혜를 줬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쓰카다 부대신은 기타큐슈(北九州)에서 열린 여당 추천 후쿠오카(福岡)현 지사 선거 후보의 집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하며 해당 사업이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지역사업이라고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면담했던 여당 간부가 "총리와 부총리의 지역사업"이라고 말해 자신이 "알았다"고 답했다면서 "총리나 부총리가 그런 것은 말할 수 없으니 내가 '손타쿠' 했다"고 말했다.

도로사업은 아베 총리의 선거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와 과거 중선거구 시절 아소 부총리의 지지기반이었던 기타큐슈시를 연결하는 것이다.

2008년에 추진이 보류된 사업인데, 2017년에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국가 지원금으로 조사가 재개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국가가 조사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쓰카다 부대신은 지난 2일 "일련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므로 철회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발언은 정부 관료가 사업 선정 시 스스로 총리와 부총리를 의식, 의도적으로 '배려'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6개 야당의 국회대책위원장들은 3일 국회에서 모여 "발언 철회와 사죄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며 쓰카다 부대신의 사임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국회대책위원장은 직후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을 만나 이러한 방침을 전했다.

쓰지모토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쓰카다 부대신은) 발언한 시점에서 '아웃'(out)"이라며 "이익을 꾀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쓰카다 부대신의 발언은 문제지만 본인이 이를 설명하고, 앞으로 명심해 직무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데 그쳐 사실상 파면을 거부했다.

쓰카다 부대신은 이날 국회에서 재차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면서도 "설명 책임을 다하겠다"고 사임을 거부한 뒤 "많은 사람이 모인 모임이어서 나를 잊고 잘못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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