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과 감시도 못꺾은 기자정신…신간 '배드 블러드'
'테라노스 사태' 특종보도 WSJ 캐리루, 사건 전말 담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 사상 최대의 사기극으로 불리는 '테라노스' 사건.
이를 취재해 세상에 폭로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민완기자 존 캐리루가 사건의 전말을 책으로 펴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에서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배드 블러드'로, 도서출판 '와이즈베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됐다.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검사를 집에서 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는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의 한 마디는 한마디로 혁명이었다. 모든 사람의 관심을 모았고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였다.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창업한 당시 20대 초반의 젊은 홈스는 검은 터틀넥을 입고 거침없는 말투로 투자자들을 설득해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렸다.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한때 90억 달러(약 10조원)까지 치솟았으며 홈스는 자수성가형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성공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거짓말이었다.
WSJ가 2015년 10월부터 테라노스의 혈액 검사 기기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당국의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테라노스는 혜성 같은 등장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몰락한다.
웬만한 범죄 스릴러보다 더 허구처럼 느껴지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테라노스 투자자들은 10억 달러 가까운 돈을 날렸다. 심지어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상속자들과 21세기 폭스와 뉴스코프를 보유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등도 각각 1천만 달러 넘는 돈을 투자했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받은 캐리루는 테라노스를 퇴사한 직원 60명을 포함한 160여명 내부 고발자를 인터뷰해 홈스와 경영진이 저지른 각종 비행 증거를 샅샅이 드러냄으로써, 투자 사기 확산을 막고 가짜 의료기기로부터 다수의 생명을 보호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다.
이 과정에서 캐리루는 테라노스가 선임한 미국 최고 로펌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감시와 미행까지 당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철저한 팩트 파인딩을 통해 거짓과 싸워 이긴다.
박아린 옮김. 46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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