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내일 대의원대회…경사노위 참여 '마지막 기회' 될 듯
찬성파 안건 발의 예상…반대파 "경사노위 참여 재론 안 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임시 대의원대회를 하루 앞두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찬반 양측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경사노위 찬성파와 반대파가 또 한 차례 격돌할 전망이다.
3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릴 임시 대의원대회에는 재적 인원 1천293명의 과반수(649명)를 크게 뛰어넘는 1천여명의 대의원 참석이 예상된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올해 사업계획이 안건으로 상정된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전제로 하지 않은 사업계획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지난 1월 28일 정기 대의원대회에 경사노위 참여를 포함한 사업계획을 제출했으나 경사노위 참여를 둘러싼 격론 끝에 의결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여를 뺀 새로운 사업계획을 짜기로 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이번 대의원대회에 다시 상정하지 않기로 했지만, 민주노총 내부에는 경사노위 참여에 찬성하는 기류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사노위 참여 찬성파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같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경사노위에 들어가 정부와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개혁을 견인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경사노위 참여 찬성파가 대의원 현장 발의 형식으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정기 대의원대회의 찬반 격론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맞서 경사노위 참여 반대파는 참여 안건의 상정을 막기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
노동자연대를 포함한 일부 정파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문제를 다시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대의원들의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여부가 재론돼서는 안 된다"며 "지난 대의원대회의 논란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신뢰가 실추된 경사노위에 새 숨을 불어넣는 행위다. 게다가 민주노총 내 갈등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의원대회는 초읽기에 들어간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을 막고 (노동자 단결권 강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경영계가 요구하는) '사용자 방어권' 강화 등 계속될 개악 릴레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결의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017년 말 위원장 선거 때부터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의욕적으로 경사노위 참여를 추진했지만, 대의원대회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작년 10월 임시 대의원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의결하지 못했고 지난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두 차례 모두 결정 자체가 보류된 것이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안건이 표결에 부쳐져 다수의 반대 의사가 확인되면 경사노위 참여는 '물 건너가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결정이 보류될 수 있지만, 사회적 대화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인식이 확산해 경사노위 참여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에서는 경제위기론에 밀린 정부가 이미 '우클릭'에 나선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로 개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상정되더라도 지난 1월 대의원대회와 같은 마라톤 논쟁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충분한 논쟁을 벌인 데다 이번 주 '노동법 개악 저지'를 내건 빡빡한 투쟁 일정이 있어 대의원대회에서 힘을 소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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