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복판서 집단모욕·폭행당한 트렌스젠더…佛경찰 수사착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파리의 도심 한복판에서 한 트랜스젠더에게 남자들이 집단으로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일어나 프랑스 경찰이 '혐오범죄' 수사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성 소수자 인권단체 'SOS 오모포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8시 30분께 파리 시내 레퓌블리크 광장의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던 트랜스젠더로 보이는 한 성 소수자가 성인 남성들에게 갑자기 둘러싸였다.
아랍계로 보이는 남자 여러 명은 이 성 소수자에게 욕설을 하고 조롱의 노래를 부르더니 머리에 손을 대 마구 헝클어트리고, 급기야는 침을 뱉고 주먹까지 휘둘렀다.
지하철 경찰대가 출동한 끝에서야 이 트랜스젠더는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당시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알제리의 압델 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연임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트랜스젠더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 남성들도 이 시위에 참석한 알제리계 이민자들로 추정된다. 이들은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를 조롱하는 노래를 아랍어로 불렀다고 한다.
프랑스 경찰은 인권단체의 제보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개인의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에 대한 혐오 범죄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성 소수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트위터에서 "동성애 혐오 폭력에 분노한다"면서 "피해자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가해자들을 추적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 담당 장관도 성명을 내고 "파리 한복판에서 동성애 혐오 범죄라니 용납할 수 없다"면서 "성 소수자 혐오는 의사표시가 아닌 증오의 표현이자 수치스러운 짓"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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