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선 승패가 정국 가른다
文정부 3년차 국정동력 영향…황교안 리더십 시험대
PK 민심 향배 확인·내년 총선 가늠자 의미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하루 앞으로 다가온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단 2곳의 미니 선거이지만, 그 결과가 갖는 정치적 함의는 작지 않다.
내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선거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경남(PK)이 총선 승패를 가를 주요 승부처로 꼽히는 만큼 이번 보선은 PK 민심의 가늠자 의미를 가진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첫 선거이자, 여야의 극한 대치 속 선거라는 점도 무게를 지닌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이번 선거의 의미를 한껏 키운 상태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은 이번 보선을 '터닝 포인트'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이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구권력(한국당)의 지역경제 실패론을 앞세우며 '힘 있는 여당'의 대안을 강조한다.
대대적 정책·예산 지원을 '세일즈'하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얻었다가 최근 잃고 있는 PK 민심을 되돌리는 동시에 다시 다져나가겠다는 각오다.
여야 지도부가 보선 막판 총력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단 2곳의 승부지만, 경우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동력이 좌우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 진보진영 2승, 한국당 2패 시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에서 각각 진보진영 후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은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여권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장관 후보자들의 적격 여부를 둘러싼 논란, 경제정책 실효성 논란, 각종 개혁입법 논란 등에서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정면돌파할 수 있는 일정한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한국당) 후보가 무투표 당선될 정도로 한국당 지지세가 뚜렷한 통영·고성에서 승리한다면 1년 뒤 'PK 대전'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정의당 역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의 수성에 성공하는 것으로, 의석수를 현재 5석에서 6석으로 늘려 진보의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민주평화당과 원내 공동교섭단체를 다시 꾸리는 문제도 수면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당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번 보선은 지난 2월 27일 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대표의 첫 리더십 시험대로 불려왔다.
실제 황 대표는 지난달 21일 공식 선거운동 개막과 함께 경남 창원에 거처를 마련하고 창원과 통영, 고성을 오가며 선거 지원에 '올인'했다. 여기에 정권 심판론까지 내세웠다.
따라서 2곳에서 전패할 경우 이제 출범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황 대표의 리더십에는 생채기가 날 수밖에 없다. 통영·고성 후보로 공천된 정점식 후보가 '황교안 키즈'로 불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올해 들어 상승하는 지지세에 정비례해 대여 공세의 목소리를 높여온 한국당의 행보에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진보진영 2패, 한국당 2승 시
반대로 한국당이 두 곳에서 모두 승리하면 핵심 선거 구호였던 정권 심판론을 여의도 정치권으로 옮겨와 '좌파독재 저지'를 키워드로 한 대여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정치권에 입문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황 대표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주자로서 위상을 강화하며 보수진영 구심점으로서 정치적 목소리가 배가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성산 탈환은 한국당 입장에서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를 꺾는다면 내년 PK 승부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여의도 정치에서도 한국당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문제를 고리로 비판 수위를 높이고, 민주당과 야 3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에도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긴장감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여권 내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4·3 보선 참패는 뼈아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청와대를 향해 제 목소리를 키우며 당청관계의 변화를 속도감 있게 이끌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개혁 드라이브의 고삐를 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지 아직 만 2년이 되지 않은 데다, 내년 총선까지 내다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1승 1패 시
보선을 하루 앞둔 2일 현재 정치권에서는 창원성산에서 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인 여영국 후보가, 통영·고성에서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각각 당선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 경우 여야 모두 일방적 승리를 주장하기 어렵고, 사실상 개별 후보의 득표수에 따라 승리와 패배를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
불과 1년 후에 다시 총선을 치르는 만큼 보선에서 예상외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경우 다음 선거의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an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