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에 "이란 수감 중국계 미국인 학자 석방 돕겠다" 제안

입력 2019-04-02 15:41
중국, 美에 "이란 수감 중국계 미국인 학자 석방 돕겠다" 제안

테헤란 주재 중국 외교관들, 美측 대변하는 스위스 외교관 접촉

프린스턴대 박사과정 수료한 왕시웨, 스파이 혐의로 1천일가량 복역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이란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중국계 미국인 학자의 석방을 도울 용의가 있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이란 법원으로부터 스파이 혐의로 1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지에서 복역하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 학자 왕시웨(王夕越·38) 씨 사건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왕시웨의 부인 취화(37) 씨를 인용해 보도했다.



테헤란 주재 중국 외교관들은 최소 한 차례 이상 이란에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스위스 외교관들을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다고 취화 씨는 밝혔다.

취화 씨는 이런 내용을 미국 국무부의 관리로부터 전해 들었다면서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남편의 자유를 위해 어떤 조치가 어떻게 취해질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프린스턴대 역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왕시웨는 이란 법원의 비공개 재판에서 스파이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1천일가량 복역 중이다.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유라시아 역사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왕시웨는 2016년 논문 자료 수집차 이란을 방문했다가 '프린스턴대의 지령을 받고 이란에 침투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부인 취화 씨는 남편이 이란 내 한 도서관의 디지털 자료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다가 체포됐다면서 이들 자료는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왕시웨는 현재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지하의 감옥에서 20∼25명의 재소자와 생활하고 있다고 취화 씨는 전했다.

미국 뉴저지에서 사는 중국 국적의 취화 씨는 남편과 정기적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면서 왕시웨도 중국 정부가 자신의 사건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없이 홀로 6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취화 씨는 "남편은 중국이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의 한 위원회도 작년 8월 "왕시웨의 체포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정부도 지속해서 왕시웨의 구금이 부당하다면서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한 13개국 가운데 한 나라다.

이란에는 현재 최소한 6명의 미국인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여자친구를 만나러 이란을 방문했다가 출국 도중 체포된 미국인 마이클 화이트(46)에 대해 징역 10년형이 선고됐다고 주요 외신들이 지난달 17일 보도한 바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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