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톈안먼 시위 기념주' 제조자, 집행유예 선고받아

입력 2019-04-02 12:20
中 '톈안먼 시위 기념주' 제조자, 집행유예 선고받아

톈안먼 30주년 앞두고 유화 제스처로 읽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기념하는 술을 만들었다가 체포돼 3년 가까이 구금된 중국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중급인민법원은 '톈안먼 시위 기념주'를 만들었던 푸하이루(符海陸)에게 소란죄를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톈안먼 시위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여 명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청두에 사는 식당 주인 푸하이루는 지난 2016년 5월 말에 톈안먼 시위 27주년을 앞두고 '밍지바주류쓰'(銘記八酒六四)라는 이름의 기념주를 만들어 그 사진을 메신저 위챗에 올렸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중국어로 '酒'는 '九'와 발음이 같으며, 이 술의 이름을 해석하면 '89년 6·4 시위를 기억하자'라는 뜻이 된다.

술병에 붙여진 스티커에는 톈안먼 시위를 당국이 탱크로 진압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영원히 잊지 말자, 영원히 포기하지 말자'는 문구도 적어놓았다.

푸하이루는 지난 2011년 7월 40여 명의 피해자를 남겼던 원저우(溫州) 고속철도 탈선 추락사고 이후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인권운동가들과 잦은 교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와 함께 기념주를 만든 뤄푸위(羅富譽)、장젠융(張雋勇)、천빙(陳兵) 등 3명도 함께 체포됐으며, 이들에 대한 선고는 이날부터 차례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은 선임했던 변호사가 사법당국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촉되는 등 재판 과정에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푸하이루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 청두 중급인민병원 앞에는 수십 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했으며, 그의 아내와 누나만 방청이 허용됐을 뿐 그의 부모나 지인도 법원에 들어갈 수 없었다.

미국 영사관 직원들도 방청을 원했으나,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푸하이루의 아내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단지 술 한 병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내 남편은 1천 일 넘게 사라져야 했다"며 "역사를 영원히 감출 수는 없으며, 진실과 정의는 마침내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법원이 당초 푸하이루 등에 적용했던 '국가전복선동죄' 대신 소란죄를 적용하고 집행유예까지 허용한 것은 오는 6월 5일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앞두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유화 제스처로 읽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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