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호 나왔지만…日외무성, 공문서 날짜는 서기로 통일 검토

입력 2019-04-02 11:30
수정 2019-04-02 13:34
새 연호 나왔지만…日외무성, 공문서 날짜는 서기로 통일 검토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이 오는 5월 1일부터 '레이와'(令和)를 새 연호로 쓰기로 한 가운데 일본 외무성이 공문서 날짜 표기를 서기(西紀)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일본의 공·사문서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햇수 표기인 연호는 일왕이 즉위한 해를 원년으로 삼아 계산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1989년 1월 즉위한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 연호인 헤이세이(平成) 31년이자 레이와 원년(1년)이 된다.

연호 햇수가 쌓일수록 원년이 언제였는지 잊어버릴 가능성이 커지고 이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서기로 환산하는 데 더더욱 헷갈릴 수 있다.

일본인들은 통상 연호 햇수를 서기로 바꿀 때 자기만의 방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A 씨는 연호 원년에서 1을 빼고 연호 햇수를 더한다.

日, 중국 고전에 없는 첫 연호 '레이와(令和)' 쓴다 / 연합뉴스 (Yonhapnews)

헤이세이 30년이면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한 1989년(연호 원년)에서 1을 뺀 뒤 30을 더하는 방식(1989-1+30=2018년)이다.

그러나 토종 일본인조차 근대사에 등장하는 이전 일왕들의 즉위년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연호를 서기로 환산할 때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환산 애플리케이션을 쓰기도 한다.

일본 외무성이 행정문서나 외교문서 등 공문서 날짜 표기를 서기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은 이처럼 연호 사용에 따른 불편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니치는 고노 다로 외무상이 직접 5월 1일로 예정된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의 즉위를 계기로 관련 규정 정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외국을 상대하는 업무가 주류인 일본 외무성은 문서 작성 때 서기와 원호 사용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결재문서 표지에는 원호를 쓰고 문서 작성일은 서기로 표기한다.

1년간의 외교활동을 정리한 외교청서는 '헤이세이 30년판 외교청서(외교청서 2018)'처럼 서기와 원호를 병용한다. 또 정부개발원조(ODA)에 관한 국제협력백서는 '2018년판'처럼 서기만 쓰기도 한다.

외무성은 이런 불규칙한 관행을 정비해 앞으로는 서기 표기를 원칙으로 하되 예산이나 내각회의 관련 등 다른 부처와 통일된 양식의 문서 등에는 원호 표기를 남기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한편 도쿄신문은 2일 한 60대 남성이 작년 한 해 동안 연호에 반대하는 6천8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올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이 서명부를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30년 이상 '천황제' 철폐 운동을 벌여온 이 남성은 "연호는 군주의 시간에 민중을 복종시키는 비민주적 제도이자 혼란을 초래하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연호제 반대 서명을 받아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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