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도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댓글부대' 동원 의혹
감시단체 "가짜 계정 수 백개…총리와 직접 연관성은 못 찾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오는 9일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에서 5선에 도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른바 '댓글 부대' 동원 의혹에 휘말렸다.
이스라엘의 소셜미디어 감시단체 '빅 봇 프로젝트'(Big Bots Project)는 1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수 백개의 소셜미디어 계정 네트워크가 네타냐후 총리의 라이벌을 비방하고, (집권당인) 리쿠드당의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데 사용되는 걸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타임스와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 단체는 "계정 대부분이 가짜"라며 "이들 계정은 리쿠드당의 선거 광고와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 야이르가 올린 글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재포스팅하는 데 이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계정과 네타냐후 총리, 그의 아들, 또는 리쿠드당과 직접적인 연관성(direct link)을 찾지는 못했지만, 리쿠드당과 네타냐후 총리의 재선 캠페인을 돕기 위해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계정 네트워크는 조작 비방, 거짓말, 루머 유포 등에 사용되고 있다"며 "가장 활발했던 날에는 하루에 수천 개의 트윗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계정들은 거의 활동을 하지 않다가 작년 12월 총선 발표 후 움직임이 거의 5배 늘었고, 검찰이 네타냐후 총리를 기소하겠다고 발표한 날처럼 중요한 순간에 가장 활발히 활동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154개의 계정이 가짜 이름을 사용하고, 다른 400개 계정 역시 가짜로 의심된다.
이들 계정은 '봇'(로봇의 줄임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며, 게시물은 모두 히브리어로 작성됐고 조회 수는 총 250만회가 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스라엘 전체 국민은 870만명이다.
가령, '모세'라는 사람의 계정은 작년 1∼3월 16차례만 트윗을 올렸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네타냐후 총리를 찬양하고 라이벌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2천856차례나 트윗을 올렸다. 이 계정은 프로필로 그리스 모델 사진을 사용했다.
또, 문제의 계정들은 검찰총장이 네타냐후 총리 기소방침을 발표하기 전에는 경쟁후보인 이스라엘 회복당의 베니 간츠가 고등학교 시절 미국 여성을 성희롱했다는 페이스북 글을 유포했다.
간츠는 성희롱을 부인했고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지만, 가짜 계정들은 성희롱 내용과 함께 '간츠는 교도소에 가야 할 강간범', '쓰레기 강간범'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빅 봇 프로젝트'의 보고서는 가짜 계정들이 협업하고 있고,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간츠를 비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간츠에 대해 '강간범이다',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글은 물론 '게이다', '정부를 두고 있다'는 글도 퍼뜨렸다.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은 문제가 되는 계정에 올라온 글을 154차례 리트윗했고, 이들 계정 또한 총리 아들이 올린 글에 1천481차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고 429차례 공유했다.
'빅 봇 프로젝트'는 이들 계정 네트워크의 활동이 선거와 선거자금, 개인정보, 세금과 관련된 이스라엘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쿠드당 대변인은 "가짜 계정 네트워크를 운영한 적이 없다"며 "우리 당의 모든 디지털 활동은 전적으로 진실하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큰 지지와 리쿠드당의 큰 성취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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