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러 첫 박물관 쿤스트카메라 안드레이 갈라브네프 관장
"한국실 확장하고 소장품 조사·연구해 한-러 관계사 전할 것"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쿤스트카메라 박물관에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러시아의 조선 초대 공사였던 베베르에게 하사한 찻잔과 보석함을 비롯해 조선의 왕족과 고관대작이 러시아 외교관 등에게 건넨 다양한 유물이 보존돼 있습니다. 이 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한-러 관계와 교류사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문화예술계 인사 초청 행사에 참여해 방한한 러시아 쿤스트카메라 박물관의 안드레이 갈라브네프(61) 관장은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장품의 전수 조사·연구를 통해 한국실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하며 305년의 역사를 가진 러시아 최초의 박물관인 쿤스트카메라는 소장품만 1천500만 점에 달해 러시아 내 모든 박물관의 어머니라고 불린다. 이곳의 아시아관은 대부분 중국실과 일본실이 차지하고 있고 한국실도 있다.
한국실은 전시 공간이 작다 보니 소장품의 일부만 관람객에게 소개되고 있는데 지난해 관장에 부임한 갈라브네프 씨는 이곳의 확장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베베르는 명성황후시해사건 이후 일제에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했던 아관파천의 주역으로 일제에 의한 명성황후의 시해를 밝혀낸 인물"이라며 "그가 기증한 유물들을 보면 당시 조선이 러시아와 베베르를 어떻게 느끼고 있었는지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고종황제에게 처음 커피를 소개했고 명성황후의 신임을 받았던 독일인 수잔 혼탁 여사는 베베르 공사의 처형"이라며 "고종이 베베르에게 찻잔을 하사한 것도 그가 커피를 즐겨 마셨던 것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방한 기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을 돌아보고 관계자들과 미팅을 열었다.
쿤스트카메라에 소장하고 있는 물품 중 한국 관련 유물에 대해 조사와 연구를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의 학예사 초청 등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갈라브네프 씨는 "오래된 박물관이다 보니 창고의 소장품들이 제대로 분류가 안 돼 아시아 유물들이 뒤섞여 있는 상황"이라며 "냉전 시대 북한으로부터 받은 유물도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 유물이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밝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독립된 한국실을 만들 구상인 그는 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역사를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박물관을 둘러보며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식민지 잔재를 걷어내고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며 "한류 등 러시아에 한국의 대중문화가 많이 알려졌는데 박물관 교류로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도 러시아에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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