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곳곳에 '김정은 서신' 표방 대자보…경찰 수사 착수(종합)

입력 2019-04-01 11:48
수정 2019-04-01 17:36
대학가 곳곳에 '김정은 서신' 표방 대자보…경찰 수사 착수(종합)

현 정부 정책 비판·6일 마로니에공원 촛불집회 참여 독려하기도



(인천·부산·목포=연합뉴스) 윤태현 손형주 차근호 박철홍 기자 = 전국 대학가에 '김정은 서신'을 표방한 정부 비판 대자보가 나붙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일 인천 계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께 인천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정문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는 것을 학교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경비원은 경찰에서 "오전에 순찰을 돌고 있는데 정문에 이상한 대자보가 붙어 있어 확인해보니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가로 59㎝·세로 83.5㎝ 크기의 종이 2장으로 이뤄진 이 대자보는 각각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신 형태를 빌려 작성된 이들 대자보에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탈원전, 대북 정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 말미에는 '전대협'이라고 밝힌 단체가 이달 6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며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이 쓰였다.

경찰은 대자보를 회수하고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며 대자보를 붙인 사람을 찾고 있다.



부산에서도 대학가에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전날 오후 7시께 부산시 남구 부경대학교 학내 게시판과 같은 날 오후 11시 15분께 사상구 신라대학교에서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의 대자보 2장이 부착됐다.

대자보는 각각 '전대협'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대자보를 회수하고 CCTV 영상을 분석해 부착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있다.

전남에서도 같은 날 오전 8시 48분께 목포 3개 대학 인근과 순천 2곳, 광양 1곳, 영암 1곳 등 총 7개 대학 8곳에서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부착된 것을 시민 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가로 55㎝·세로 80㎝ 크기의 대자보에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이윤추구 박살 냈다' 등 현 정부 정책을 비판·풍자하는 내용이 적혔다고 경찰 측은 밝혔다.

경찰은 신고 초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의심해 대자보 주변에서 지문을 감식하는 한편 CCTV 화면을 역추적해 대자보를 붙인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전국의 대학교와 일부 고등학교에서 해당 대자보가 게시됐다는 신고 등이 잇따랐다"면서 "해당 대자보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추가 조사를 통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대자보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 강원, 충남, 전남, 경북 등 전국 각 지역 대학교 23곳 28개소와 고등학교 1곳 등 총 29개소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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