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신비'…사슴 숫자 늘자 식물은 몸집 줄여 생존

입력 2019-04-01 11:20
수정 2019-04-01 11:30
'진화의 신비'…사슴 숫자 늘자 식물은 몸집 줄여 생존

일본 연구팀, '유전적 변화' 다음 세대 '유전' 여부 확인키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사슴의 서식 밀도가 높아진 지역의 일부 식물이 '소형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생존을 위해 사슴이 발견하거나 먹기 어렵게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요코야마 쥰(?山潤) 일본 야마가타(山形)대학 이학부 교수 연구팀은 2016년부터 일본 사슴이 많이 서식하는 미야기(宮城)현 오시카(牡鹿) 반도에서 자생하는 질경이와 낚시제비꽃을 채취해 센다이(仙台)시 등 사슴의 영향이 없는 지역의 동종 식물과 크기를 비교하는 연구를 해 왔다. 연구결과 사슴 서식지역의 식물이 소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달 말 전했다.



질경이는 보통 30㎝ 정도까지 자라지만 오시카 반도의 질경이는 몇 ㎝ 정도로 소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줄기가 15~20㎝ 정도 자라는 제비낚시꽃도 몇 ㎝ 정도로 밖에 자라지 않았다.

체취한 식물을 야마가타 대학 캠퍼스가 있는 야마가타시에서 재배해도 그 이상으로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적인 변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오시카 반도에서 이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사슴 서식이 늘기 시작한 2000년대께부터 일어난 변화로 추정된다.

작은 식물은 사슴이 발견하기 어렵거나 먹어도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다. 요코야마 교수는 "먹히기 어려운 식물이 더 많이 살아 는"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크기가 작아 지더라도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사이클은 유지하고 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사슴의 먹이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그러나 "원래의 크기로 자라는 게 번식 등에 유리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자라지 못하는 건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변화해서 살아남은 식물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은 사슴이 모조리 뜯어 먹는 바람에 없어졌다고 한다.

연구팀은 앞으로 소형화한 형질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지 등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연구할 계획이다.

일본 사슴은 1919년을 마지막으로 야마가타현에서 절멸한 것으로 추정돼 왔으나 최근 목격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당국은 올해판 관할지역 멸종위기종 리스트에서 일본 사슴을 일본 멧돼지와 함께 멸종위기종에서 삭제했다. 현 당국에 따르면 미야기, 니가타(新潟) 등 인접 지역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이며 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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