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최다 지역구 의석당 비례대표가 왜 '0석'이 될까

입력 2019-04-01 09:56
태국 총선 최다 지역구 의석당 비례대표가 왜 '0석'이 될까

득표율에 전체의석수 곱한 뒤 지역구 의석수 빼는 방식 때문

기존보다 30석가량 줄어들어…군부정권 '탁신계 견제' 효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총선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0석?"

지난달 24일 치러진 태국 총선의 잠정 개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태국선관위는 상하원 구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오는 5월 9일이 돼야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관위 발표를 바탕으로 각종 언론이 집계한 결과를 종합하면 각 당 의석수 윤곽은 거의 드러났고, 총선에서 최다 지역구를 차지한 탁신계 푸어타이당의 '비례대표 0석'도 사실상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1일 일간 방콕포스트가 지난달 선관위가 발표한 지역구 의석수와 득표수를 바탕으로 자체 집계한 비공식 개표 결과에 따르면 푸어타이당은 총 137석, 군부정권 지지 팔랑쁘라차랏당은 총 118석을 각각 얻어 제1, 2당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퓨처포워드당은 87석, 민주당은 54석, 품짜이타이당은 52석으로 각각 예상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구 의원 350명, 비례대표 의원 150명이 각각 선출된다.



이 중 푸어타이당은 지역구 의석만 137석이고 비례대표는 0석이다.

팔랑쁘라차랏당이 지역구 97석에 비례대표 21석을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군부정권의 '탁신계 견제'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군부정권이 국민투표를 통해 2016년 통과시킨 새 헌법에 수반된 선거법에 따르면 득표율에 비례해 산정하던 비례대표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에다 하원 전체 의석수(500)를 곱한 뒤 해당 정당의 지역구 의석수를 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즉, 지역구 의원 수가 많을수록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도록 한 것이다.

군부정권은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 문턱을 낮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2001년부터 모든 선거를 싹쓸이해 온 탁신계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관위가 발표한 지역구 의석수와 득표수를 대입해 보면 바뀐 선거법의 영향력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총선 유효 투표수는 3천553만2천647표로, 이중 푸어타이당은 792만630표를 얻었다. 새 선거법을 적용하면 득표율 22.2%(7,920,630 ÷ 35,532,647)에 총 의석수(500)를 곱하면 111석가량이 나온다.

여기에서 지역구 의석(137석)을 빼면 오히려 마이너스(-25석)가 되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은 없게 되는 셈이다.

이전 선거법을 적용했을 경우, 정당 득표율에 비례대표 전체 의석수(150석)를 곱하는 방식으로 33석(22.2% × 150)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최다득표를 한 팔랑쁘라차랏당의 경우, 득표율 23.7%(8,433,137÷ 35,532,647)에 총 의석수(500)를 곱하면 118석가량이 나오고 여기에 지역구 의석수(97석)를 빼면 비례대표가 21석이 된다.

지역구는 30석이지만 득표수 626만표로 3위라는 '예상 밖 선전'을 한 신생정당 퓨처포워드당은 비례대표가 무려 57석으로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해 온 푸어타이당의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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