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크라이나 대선 '돌풍' 젤렌스키 "한국은 아주 좋은 본보기"
투표 후 연합뉴스 등 취재진과 질의응답…"경제발전·민주주의 함께 이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새로운 인물' 돌풍을 일으키며 가장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부상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한국을 분단환경에서도 경제적 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성공적 국가로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아주 좋은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후보는 대선 투표일인 31일(현지시간) 부인 엘레나와 함께 수도 키예프 시내 '해상·수상 함대 학교'에 차려진 투표소를 찾았다. 스스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였다.
투표장엔 선거운동 기간 불어닥친 젤렌스키 열풍을 반영하듯 100명이 넘는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 뜨거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주변을 에워싼 기자들로 젤렌스키 후보가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였다.
젤렌스키는 투표를 마친 뒤 밖으로 나와 몰려든 취재진과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는 '당선되면 어느 나라를 제일 먼저 방문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지방 방문을 먼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자신이 주인공인 대통령 역을 맡은 우크라이나 유명 인기 TV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처럼 '대통령이 되면 자전거로 출퇴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왜 안 되겠는가. 이는 편리한 방법이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권위적인 전형적 모습의 정치인이 아닌 서민과 가까운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공직을 팔지 않고 야권 인사들을 기용하는 문제도 논의할 생각이다. 그들도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깨끗한 포용정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는 회견 마지막 무렵에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파트너인 한국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연합뉴스의 요청을 받고 "한국은 민주국가이며 우리는 모든 민주국가를 지지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은 이웃에 독재국가(북한)가 있더라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으며 강하고 자유로운 나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팔리는 한국 상품들도 잘 알고 있다"고 애정을 표시했다.
우크라이나에선 현대·기아차 등의 한국산 자동차와 삼성 핸드폰 등 한국 전자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젤렌스키는 그러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좋은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옛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도 한때 '형제국가'였던 러시아와 크림 사태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이로 인해 내부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좋은 지도자가 나오면 한국처럼 성공적인 정치·경제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유명 코미디언이자 배우 출신의 젤렌스키는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 정치 풍자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주인공인 대통령 역할을 맡아 '국민 배우'로 부상한 정치 신인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대선 운동 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29일 발표된 키예프 사회학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20.9%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와 각축전을 벌이는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13.7%로 2위, 세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9.7%로 3위에 올랐다.
이에 앞서 공개된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레이팅'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6.6%가 젤렌스키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포로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전 총리는 각각 17%를 얻는 데 그쳤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