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진보 굳히기 vs 보수 뒤집기…창원성산 막판 표심잡기

입력 2019-03-31 13:24
[르포] 진보 굳히기 vs 보수 뒤집기…창원성산 막판 표심잡기

민주당과 단일화한 정의당, 진보 분산 막기 집중…한국당 보수결집 움직임

"여론조사 안 잡히는 보수표 있어 격차 크지 않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앞 마지막 주말이자 투표일을 사흘 앞둔 31일.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단일화 여세를 몰아 승기 굳히기를 시도하는 반면,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보수결집을 발판으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는 상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창원성산은 보수성향이 강한 PK(부산경남) 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창원국가산업단지에 근무하는 노동자 유권자가 많아 보수 표심이 진보 표심을 견제하는 곳이다.

2000년부터 치러진 5번의 총선에서 진보가 3번, 보수가 2번 승리할 정도로 양 진영이 매번 격전을 벌였다.

지난 25일 민주당과 정의당 간 후보 단일화는 중반 이후 창원성산 보궐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

창원성산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진보진영의 간판' 권영길·노회찬의 계승자임을 내세운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탈원전' 정책 등으로 어려워진 지역경제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강 후보는 민주당·정의당의 후보 단일화 이전 여론조사에서 여 후보보다 우세했다.

그러나 단일화 이후 이를 뒤집고 여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창원성산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여 후보는 44.8%, 강 후보는 35.7%를 얻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단일화 직후인 지난 25∼26일 창원성산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 포인트)에서는 여 후보가 41.3%를 기록해 28.5%를 얻은 강 후보를 제쳤다.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31일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말에 대체로 두 후보 이름을 거론한다.

"집권당 경제 실정을 바로잡으려면 제1야당 후보를 찍어줘야 하지 않느냐. 강 후보 외에는 표를 줄 만한 사람이 없다"(박상길·52)

"여영국 후보만 한 사람이 없다. 국회의원이 돼도 따뜻한 인간성은 지금과 변함없을 것 같다. 그래서 지지한다"(조옥이·57)

그럼 후보와 선거캠프가 보는 종반 판세는 어떨까.



이날 한빛교회 앞에서 만난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인사를 하면 '반드시 될 거다', '꼭 돼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여론조사와 달리 바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여론조사에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보수'가 목소리를 내느냐가 남은 선거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기윤 선거대책본부 권재욱 팀장은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나지만, 두 후보 간 지지도가 엇비슷하다고 본다"며 "선거가 종반으로 가면서 보수층이 집결해 우리 쪽 지지도가 올라가는 흐름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 투표층이 얼마나 투표할지가 결국 승패를 가를 것"이라며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 예측이 힘들다"고 전망했다.



대방성당 앞에서 만난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여론조사는 우세였지만 막판 자유한국당 결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감지되는 위기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생을 외면하는 자유한국당 부활을 막으려면 (진보) 표가 분산되면 안 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영국 선거대책본부 노창섭 본부장은 "여론조사 추세는 우리가 앞서지만, 결국은 '박빙'의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냈다.

그는 "길거리 분위기가 좋아도 여론조사에 안 잡히는 보수표가 분명히 있어 두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며칠 전 여론조사 차이로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두 캠프는 바른미래당, 민중당의 득표율도 선거 승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는 보수와 진보를 대체하는 대안 후보임을 내세우며 10% 이상 득표를 목표로 내세웠다.

20년간 지역 노동현장을 지킨 민중당 손석형 후보는 민주노총 등 노동조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는 진정한 보수를 내세우며 유권자 공략을 시도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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