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브라질 군부쿠데타 지지 행사 용인 못해"

입력 2019-03-31 04:59
유엔 특별보고관 "브라질 군부쿠데타 지지 행사 용인 못해"

상파울루서 군사독재정권 반대 시위 벌어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군부 쿠데타 지지 발언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살비올리 보고관은 전날 브라질에서 1964년 일어난 군부 쿠데타를 기념하려는 것은 법치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비도덕적이고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살비올리 보고관은 "역사를 수정하고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사회 전체에 의해 명백하게 거부돼야 한다"면서 "정부 당국은 이러한 끔찍한 범죄 행위가 잊히거나 왜곡되거나 처벌받지 않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정권 시절 악명 높은 비밀정보국(DOI-CODI)이 있던 상파울루 시 남부 빌라 마리아나 지역에서는 이날 군사독재정권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군사정권의 인권탄압 피해자 유족들은 실종자 사진 수십장을 들고 나왔으며, 비밀정보국 건물을 추모시설로 만들어줄 것 등을 요구했다.





브라질에서는 1964년 3월 3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군사독재정권은 1985년까지 21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에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체포·구금되거나 사망·실종되고 일부는 외국으로 추방당했다.

2012년 5월 설치된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가진실위원회는 2014년 말 활동을 마감하면서 군사정권 시절 인권범죄가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진실위는 인권범죄 희생자 434명과 인권범죄에 연루된 377명의 명단을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인권단체와 법조계에서 인권범죄 연루자 처벌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브라질 언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오는 31일 군부 쿠데타 기념행사를 개최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와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됐으며 좌파 정당들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고문 피해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갚은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를 기념하자는 게 아니라 기억하자는 취지"라면서 "잘못된 과거를 되돌아보고 브라질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옳은지를 생각하자는 뜻이었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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