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①국민투표 후 2년 10개월…어디까지 왔나(상)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4천650만 명 중 72.2%가 참가해 51.9%인 1천740만명이 'EU 탈퇴'에, 48.1%인 1천610만명이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이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017년 3월 29일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영국은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이달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키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두 차례 부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자 메이 총리는 지난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렉시트 시점을 오는 6월 말까지 3개월 연기할 것을 EU에 요청했다.
EU는 브렉시트 시기를 4월 12일(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시) 또는 5월 22일(합의안 통과시)로 연기하는 방안을 수정 승인했고, 영국 하원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브렉시트는 '일단' 연기됐다.
그러나 여전히 영국이 EU를 탈퇴할지, 탈퇴한다면 언제쯤 가능할지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영국 하원은 지난 29일 합의안 중 따로 표결에 부쳐진 EU 탈퇴협정 승인마저 거부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오는 4월 12일 전에 '노 딜' 또는 브렉시트 '장기 연기'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영국 정치권과 사회의 분열을 불러왔던 브렉시트가 국민투표 후 2년 10개월이 지나가도록 출구를 못 찾고 있는 것이다.
영국 국민이 왜 브렉시트를 결정했는지,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의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앞으로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태로 알아본다.
-- 브렉시트란.
▲ 브렉시트(Brexit)는 '영국'(Britain)과 '탈출'(exit)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영국이 EU에서 빠져나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이후 '후회'(regret)와 '브렉시트'(Brexit)를 결합해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의미의 '리그렉시트'(Regrexit), '브렉시트'(Brexit)와 '탈출'(exodus)을 결합해 브렉시트를 앞두고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피해 영국을 떠나는 '브렉소더스'(Brexodus) 등의 각종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 영국 국민은 왜 브렉시트를 택했나.
▲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했다. 그러나 영국은 기본적으로 유럽 공동체에 대한 신념이 약한 편이다. 과거 대영제국으로 미국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은 영국은 자신들이 유럽 국가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EU를 사실상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런 EU의 정책에 영국이 좌지우지되는데 불만을 품고 있다. 이들은 영국이 EU를 떠나야 문화와 독립성, 세계 속의 위상 등 정체성을 회복 또는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제3국과 자유롭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영국이 더 번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영국의 저소득층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민 유입 역시 브렉시트를 결정한 요인 중 하나다. EU 회원국으로서 영국은 그동안 노동과 자본,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EU의 4대 원칙을 지켜야 했다.
-- EU 회원국 탈퇴는 브렉시트가 처음인가.
▲ 영국의 탈퇴 결정으로 붕괴 위기를 맞은 유럽연합(EUㆍEuropean Union)은 그동안 전 세계에서 지역통합의 교과서와 같은 체제였다. EU는 지난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1967년 유럽공동체(EC)를 거쳐 지난 1993년 11월 1일 '유럽연합조약'(Treaty on European Union)으로 불리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발효되면서 공식 출범했다. 당초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을 주축으로 해서 12개 회원국으로 출발한 EU는 이후 유럽통합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해서 확장을 추진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가입하면서 28개 회원국으로 몸집이 커졌다.
만약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하면 EU 입장에서는 사상 초유의 회원국 탈퇴가 된다. 회원국이 27개국으로 줄어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추가 이탈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영국이 유럽 공동체를 벗어나려고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영국은 EEC 가입 2년 후인 1975년 EEC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 영국 국민은 탈퇴 찬성 33%, 반대 67%로 잔류를 결정했다. 당시 야당 당수였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1925-2013) 전 총리는 영국의 유럽 '잔류'를 지지했다.
--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최 배경은.
▲ 데이비드 캐머런은 2005년 마이클 하워드 대표가 총선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보수당 개혁과 집권을 내걸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2010년 총선에서 13년 만에 노동당을 제치고 보수당이 제1당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하면서 총리에 올랐다. 캐머런 총리는 의회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을 연립정부로 끌어들였다.
여당 내 전통적인 EU 회의론자들의 EU 탈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EU 잔류를 지지했다. 당내 EU 탈퇴파와 이를 반대하는 연정 파트너 자유민주당 사이에 끼여 캐머런 총리는 국정 운영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여기에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반(反) EU를 주창한 영국독립당(UKIP)이 급격히 세력을 불리는 등 영국 사회에서 EU 회의론이 다시 부상하자 2013년 1월 캐머런은 총선을 앞두고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해 승부수를 던졌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 승리로 국민투표가 기정사실화되자 캐머런 총리는 2016년 6월 23일을 투표일로 정했다.
캐머런 총리 역시 국민투표에서 EU 탈퇴 결과를 예측하지는 않았다. 쉽게 이길 것이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국민투표는 영국 사회의 세대, 지역, 계층 간 분열을 드러내면서 EU 탈퇴 결정으로 이어졌다.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도박은 참패했고 졸지에 영국을 위기에 빠뜨린 총리가 됐다.
-- 영국의 EU 탈퇴 근거 및 절차는
▲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던 캐머런 총리는 막상 결과가 브렉시트로 드러나자 사임을 결정했다. 이에 테리사 메이 총리가 2016년 7월 13일 데이비드 캐머런의 뒤를 이어 영국 총리에 올랐다. '철(鐵)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나온 영국의 여성 지도자였다.
메이 총리는 2017년 3월 29일 EU의 헌법격인 리스본 조약에서 탈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50조를 발동했다.
50조 1항은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헌법규정에 의거해 EU 탈퇴 결정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50조 3항에는 '탈퇴협정 발표일 혹은 탈퇴 통보 후 2년 경과시점부터 리스본 조약 효력이 중단된다. 단, 회원국 만장일치 시 탈퇴 통보 후 주어지는 기간(2년) 연장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영국과 EU는 공식 통보일로부터 2년간 탈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만약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영국은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할 예정이었다.
--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 결과는.
▲ 영국과 EU는 지난 2016년 6월 23일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약 2년 5개월(29개월), 양측이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년 5개월(1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같은 브렉시트 합의안은 크게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등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 '이혼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브렉시트 이후 진행될 미래관계 협상의 기본토대에 관한 것으로, 무관세와 양적제한 없는 경제적 파트너십 보장, 상품교역 자유무역지대 조성을 위한 포괄적 준비, 단기 여행 시 비자 면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pdhis959@yna.co.kr
(계속)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