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늙은 팀?…미래 책임질 '새끼호랑이' 이동경·박정인

입력 2019-03-30 08:00
수정 2019-03-30 09:39
울산이 늙은 팀?…미래 책임질 '새끼호랑이' 이동경·박정인

亞 U-23 예선서 '3경기 6골' 넣은 이동경…벤투호 잡은 박정인



(울산=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는 2019시즌을 앞두고 김보경과 윤영선, 신진호, 주민규 등 국가대표급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정상을 정조준한 울산의 공격적인 행보는 팬들의 기대감을 키웠지만, 지난해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한승규의 전북 이적과 맞물려 스쿼드가 너무 노쇠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울산의 미래를 책임질 유스팀 출신 '새끼 호랑이'들이 일찌감치 발톱을 드러내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6골을 터뜨린 이동경(22)과 지난해 연습경기에서 벤투호 형님들을 상대로 두 골을 뽑아낸 박정인(19)이 그 주인공이다.

박정인은 29일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꿈에 그리던 K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U-23 챔피언십의 피로가 아직 남은 이동경은 벤치에서 후배의 데뷔를 지켜봤다.

경기 후 박정인은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났다. 다리가 안 움직이더라"며 "형들만 믿고 죽어라 뛰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먼저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동경은 "정인이가 숙소에서부터 긴장하더라"며 "응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데뷔전 후 곧바로 K리그2 FC안양에 임대됐던 이동경은 이번 시즌 울산에 돌아와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골을 뽑아냈다.

이후 울산의 K리그 첫 세 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이동경이 후반 교체로만 3경기 6골을 넣은 이번 U-23 대회는 울산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의 미래도 책임질 차세대 골잡이의 탄생을 알린 대회였다.



이동경은 "첫 국제대회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잘 도와줘서 득점을 쉽게 했고, 컨디션이 점점 올라왔다"며 "자신감을 많이 얻은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앞서 U-23 대표팀에 함께 소집돼 A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혼자 두 골을 넣은 '무서운 동생' 박정인은 이번엔 U-23 대신 U-20 대표팀에 소집돼 스페인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29일 박정인의 K리그 데뷔전은 길지 않았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1-1 상황이던 전반 35분 박정인을 김인성과 교체했다.

김 감독은 "박정인이 생각보다 여유 있고 자신감 넘치게 해줬는데 분위기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라 변화가 필요했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하며 "정인이가 내가 준 임무를 충실히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정인은 "솔직히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기는 싫었는데 팀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없었다"며 "경기 뛴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동경도 "저도 후반전을 뛰어본 선수가 아니라서…"라며 멋쩍게 웃었다. 리그 세 경기에서 이동경이 뛴 시간은 각각 35분, 45분, 39분이었다.

이동경은 "작년에 (한)승규 형도 초반엔 일찍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맘 상하는 건 없다"며 "감독님도 좋게 말씀해주신다.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출전시간 늘려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의 경험 많은 선배들과 함께 뛰는 것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됐다. 신구조화는 시즌 초반 울산 무패행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동경은 "경험 많은 형들에게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경기장에서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자신감도 북돋워 주신다"고 했다.

박정인도 한없이 긴장됐던 데뷔전에서 형들만 믿고 뛰었다며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친한 선후배이자 경쟁자인 두 선수는 더 큰 목표를 위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동경은 "경쟁을 통해서 같이 성장하고 싶다"고 했고, 박정인은 "동경이 형이 잘 챙겨주셔서 너무 고맙다. 형한테 배워야 할 점을 배우면서 함께 대표팀에 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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