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 안 준다' 美압박 안 통하는 터키…"러 S-400 도입"
터키 외무, 기자회견서 밝혀…"러와 인도 절차 논의 중"
러 외무 "美, 시리아 북동부서 완전히 철수해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의 끈질긴 압박에도 터키가 러시아 S-400 방공미사일 도입 계획을 고수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안탈리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동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현재 러시아와 S-400 미사일 인도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계약을 했고 이 계약은 유효하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합의를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터키 국방장관은 S-400 미사일을 7월에 인수해 10월에 터키에 배치할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터키 고위 인사들은 S-400 계약은 이미 확정된 사안으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단언했다.
미국은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S-400 도입에 반대하면서 계약을 물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터키가 S-400과 F-35를 함께 운용하면 F-35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하면서, 터키가 S-400 도입을 강행한다면 F-35 프로젝트에서 터키를 축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28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제임스 랭크퍼드 미국 상원의원(공화) 등은 터키가 S-400 도입을 강행하면 미국이 F-35 전투기 인도를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터키는 미국의 '엄포'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태도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터키는 F-35 프로젝트의 파트너이기도 하다"면서 "일부 부품은 터키에서 생산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터키는 이 부분에서 모든 책무를 다했다"고 말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터키를 F-35 프로젝트에서 방출할 수 없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했다.
한편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유프라테스강 동안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유프라테스강 동안, 즉 시리아 북동부는 미군을 등에 업은 쿠르드 세력이 통제하는 지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말 시리아에서 완전히 철군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지난달 일부 잔류 방침으로 선회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시리아 땅에 침입하기 전, 그 지역이 역사적으로 형성된 상태대로 복원해야 한다"면서 "그 지역에 수백년간 살아온 아랍 부족에게 그 땅을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리아 북동부에 관한 양국의 공통적 접근은 "시리아의 영토보전을 존중하고 터키의 안보 이익을 전적으로 고려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러나 "시리아 북부에 터키의 안보를 보장하는 안보지대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인접국의 영토보전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해 인식 차를 드러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또 "미국이 우리에게 말하기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이 그 지역을 수복하게 된다면 미군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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