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김경문 "선동열 감독 생각하면 아직 마음 아파"
"9월에 가장 잘하는 선수, 태극마크 자랑스러워 하는 선수 뽑겠다"
"프리미어12 조별 예선부터 무조건 이겨야 도쿄올림픽 티켓 유리"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 2월 야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김경문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아시안게임 경기를 다 봤는데 가슴이 짠했다"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는 금메달을 따고도 팬들 눈높이에 맞지 않은 선수 선발로 인해 국회까지 불려 나가 고초를 겪은 선동열 감독에 대해 야구인으로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최근 연합뉴스와 만난 김경문 감독은 "아직도 선동열 감독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며 "선 감독의 마음은 감독을 해보지 않았다면 못 느낄 정도로 아주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학교 선후배로 만나 '방장과 방졸' 생활을 했다는 김 감독은 "선 감독을 한번 만나야지 생각하면서도 왠지 선뜻 전화기를 들지 못해 아직 못 만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내가 선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듯이 선 감독도 내 마음을 알 것 같기에 조만간 편하게 만나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선동열 감독이 전격 사퇴한 뒤 김경문 감독은 차기 사령탑 1순위로 꼽혔지만, 고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무리 힘들어도 국가대표 감독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6월 NC 다이노스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 다소 지친 상태였다고 한다.
"두산에서 8년, NC에서 7년, 15년 동안 쉬지 않고 감독을 하다 보니 에너지가 방전된 느낌이 들고 몸도 좀 힘들었다"고 했다.
NC 유니폼을 벗은 뒤에는 아무 생각 없이 쉬었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밤에는 라면도 끓여 먹으면서 즐겼다"며 미소지은 김 감독은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90㎏까지 육박하더라. 아차 싶어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쉬는 것도 잠시였다. 김 감독은 지난 2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국내 구단들이 전지훈련을 펼치는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해 선수들을 살펴봤고 일본과 멕시코 대표팀의 평가전도 관전하고 돌아왔다.
KBO리그가 개막하자 창원과 부산을 돌며 실전 경기를 지켜봤다.
김 감독은 "쉬면서도 야구를 안 볼 수는 없었지만 6개월여 만에 경기장을 다니기 시작하니 이제 감이 좀 올라온다"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오는 11월 열리는 2019 프리미어12에 참가할 국가대표팀 선수 선발에 관해 아직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프리미어12 대진표가 15일 확정되는데 발표 직후 코치진과 기술위원회 멤버들이 모여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일단 조별 예선에서 무조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조별 예선을 순조롭게 통과해야 대회 본선에서도 올림픽 티켓 획득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쿠바, 호주, 캐나다와 같은 C조에 포함됐다.
특히 호주는 대만과 더불어 이번 대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팀에 배정된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 1장을 놓고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팀이다.
프리미어12는 9월 3일까지 예비 엔트리 45명을 제출하고 최종 엔트리 28명은 10월 3일이 마감이다.
김 감독은 "최종 엔트리는 뽑는 시점에 부상 없이 잘하는 선수, 즉 9월에 잘하는 선수들로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태극마크를 달게 되면 (나는) 왠지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뿌듯해진다"라며 "대표팀도 태극마크를 자랑스러워 하는 선수들로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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