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서 1박2일 무단체류 20대…"미국을 동경해서"

입력 2019-03-29 18:57
평택 미군기지서 1박2일 무단체류 20대…"미국을 동경해서"

정식 절차 거치고 들어간 후 공사장을 이탈 잠적, 배회

PX에서 식사·간이숙소서 잠도, 24시간만에 헌병에 걸려

(평택=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내부 공사를 위해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 들어갔던 일용직 근로자가 현장을 이탈한 뒤 기지 내부를 돌아다닌 사실이 확인됐다.



이 근로자는 기지 내부에서 하룻밤을 머문 뒤 이튿날이 돼서야 미 헌병에 적발돼 경찰에 넘겨졌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 A(28) 씨는 지난 28일 오전 6시 30분께 내부 공사를 위해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신원확인 등 정식 절차를 밟은 뒤 기지 내부로 들어갔다.

당시 해당 출입구 부근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미군이 아닌 민간업체가 출입 통제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작업 도중 현장을 이탈해 어디론가 사라졌고, 작업이 끝난 뒤 인솔자가 나머지 인원들을 데리고 기지를 나설 때 들어간 인원보다 나온 인원이 1명 적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 사실이 미군 상부로 보고됐음에도 A씨를 찾기 위한 별도의 수색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지 안에 남은 A씨는 보안시설인 기지 내부를 정처 없이 배회하며 PX에 들어가 식사를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밤이 되자 공사장 옆 간이 숙소에서 하룻밤 잠을 자기도 했다.

'1박 2일' 간 벌어진 A씨의 캠프 생활은 이튿날인 29일 오전 6시께 훈련 중인 미군이 A씨를 발견하면서 일단락됐다.

미 헌병은 A씨가 무단으로 기지에 침입한 것이 아닌 데다 CCTV 영상 등을 통해 주요 군사시설 등에는 접근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별도의 입건 절차 없이 A씨를 경찰에 인계했다.

A씨는 사건 전날인 27일 밤에도 출입구를 통해 기지 안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미국을 동경했는데 기지 안에 있으면 일자리도 많을 것 같고 영주권도 줄 것 같아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신원확인을 위한 여권 외엔 아무 소지품도 갖고 있지 않았고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진술을 하고 있다"며 "무슨 이유로 기지에서 머물렀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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