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길을 묻다] "홀로 혁신하는 시대는 끝났다"
박규호 한신대 교수 인터뷰…"혁신생태계 구축해야"
"대기업들, 혁신생태계 깨지면 손해란 점 인식해야"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최현석 기자 = "독자적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닫힌 혁신'(Closed Innovation)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박규호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업이 나홀로 혁신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고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혁신생태계 구축이 잘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기업 간 신뢰가 상당히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법적 계약 없이도 교류하면서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협업한다"며 "'같은 길을 간다'는 공동체 의식과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많은 수의 중기업에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국내 기업 간 갑을관계가 타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갑을관계가 정리돼야 공정경제가 가능하다"며 "공정경제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혁신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혁신생태계를 파괴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페이스북 등 미국 IT 대기업들은 계속해서 바뀌는 고객 요구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은 중소기업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며 "작은 스타트업과 협력해 혁신생태계를 지속해서 키우고 정당한 가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책적으로는 중소기업간 신뢰 구축을 위한 장(場)을 마련하고, 특정 혁신기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패러다임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그는 주문했다.
박 교수는 "닌텐도위가 출시됐다고 국내 기업에 만들라고 지시하는 것은 수억 원짜리 과외를 시켜서 점수를 높이려다 왜곡시키는 꼴"이라며 "브로커들만 도와주는 단기적인 자금 지원보다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 IT 붐이 패러다임 전환을 최초로 시도하는 시기였지만 대기업들이 중국 특수로 관심을 돌리면서 실패했다"며 "최근 중국 특수가 사라지는 점이 혁신생태계 구축 필요성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업과 학계, 연구기관간 신뢰 부족에 대해 "서로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고 공통의 목표가 적어 실질적인 협력이 쉽지 않다"며 "기업은 당장 써먹을 것을 달라고 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하며, 연구기관은 알아서 가져가기를 바라지 말고 기업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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