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초대 청년청장 "시민 ⅓인 청년 목소리 맞춤형 정책화"

입력 2019-03-30 07:03
서울시 초대 청년청장 "시민 ⅓인 청년 목소리 맞춤형 정책화"

31일 청년자치정부 출범…김영경 청장 "청년, 시정 참여 확대"

"관계 빈곤·기회격차 해결 주력…청년수당 등 정책홍보에도 힘쓸 것"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서울 지역의 2030 청년 세대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300만명에 달하지만 사실상 이들의 목소리는 안 들리는 상황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게 바로 청년자치정부입니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39)은 지난 28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출범을 앞둔 서울시 청년자치정부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청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정책을 넘어서 청년이 시정 전반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31일 정식 출범하는 청년자치정부는 '정부'라는 명칭에 걸맞게 입법부 격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행정부 격인 청년청으로 구성된다.

청년 약 1천200명으로 구성된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가 정책을 발굴·제안하면 청년청이 이를 지원하고 집행하는 구조다.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방식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연간 500억원 규모의 예산안 편성권까지 쥐고 있다.

이들은 연 4회 서울청년시민회의를 열어 정책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새로운 정책을 발굴해 예산을 편성한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 전문가와 협의도 거친다.



올해 1월 시장 직속 기구로 출발한 청년청은 타 부서와 협력해 청년이 제안한 정책을 실현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구성원(32명)의 대부분은 30대 '청년' 공무원들이다.

김영경 청년청장은 "청년청의 청은 듣는다(聽)는 의미도 있다"며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청년들이 생활 속에서 가까이 정책을 접할 수 있도록 월 1회 찾아가는 타운홀 미팅과 편의점을 통한 정책 홍보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청년 정책 알리기의 출발점은 지난 26일 문을 연 '서울청년포털'(https://youthhope.seoul.go.kr/site/main/home)이다. 이곳에서는 서울시 청년수당을 비롯한 청년 대상 각종 사업 신청을 받고, 관련 정책을 홍보한다.

미취업자에게 주는 청년수당에 대해 김 청장은 "수요자 중심의 정책인 만큼 만족도가 높지만 규모(5천명)가 작고, 아직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청년포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이 제안한 '조건 없는 청년수당 실험'과 관련해서는 "제안만 받고 검토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김영경 청년청장은 10년간 청년 문제에 천착해온 활동가다. 청년 노동단체인 청년유니온 초대 위원장 출신으로 2012년 초대 청년 명예부시장을 지냈고, 올해 2월 개방형 직위 4급인 청년청장에 채용됐다.

그는 "10년 전 청년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였는데 지금은 비노동 영역인 주거, 마음 건강 등으로 확대됐다"며 "맞춤형 정책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최근 집중하는 문제는 청년의 '관계 빈곤'과 기회 격차다.

김 청장은 "소득이 없는 청년들은 사회적인 관계를 맺기가 힘들고, 일하는 청년들은 관계를 맺을 시간이 부족하다"며 "소득의 격차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회의 격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회의 박탈과 격차로 분노를 느끼는 청년의 상황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앙 정부가 큰 틀에서 안전망을 깔아주면 지방자치단체가 맞춤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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