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베네수 상황, 트럼프-푸틴 밀월 끝 충돌할까

입력 2019-03-29 16:36
심상치 않은 베네수 상황, 트럼프-푸틴 밀월 끝 충돌할까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퇴진 압박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세력권인 남미 문턱에 군대를 파견하고 나섬으로써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는 베네수엘라 상황이 제2의 시리아나 쿠바, 북한 또는 이란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동안 시리아 등 여러 곳에서 충돌 위기에 직면했던 트럼프와 푸틴이 결국 베네수엘라에서 마지막 결전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초강경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다 마두로 정권에 경제적,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사실상 마두로 정권을 지탱해온 푸틴 대통령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미국 코앞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연상된다.

러시아는 마두로 정권의 생존을 위해 전천후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베네수엘라에 밀과 무기, 차관, 현금 등을 제공해 마두로 정권이 미국의 제재에도 버틸 수 있게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러시아의 전체 투자는 200억-25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사의 미국 자회사로 베네수엘라 정부 최대 수입원인 시트고(Citgo)의 지분 절반을 러시아가 갖고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군은 첨단 미사일을 포함, 러시아가 제공하는 무기를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푸틴의 마두로 정권 지원은 거의 필사적인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적 위기가 지속하면서 그동안 베네수엘라에 호의적이었던 러시아 기업들도 대부분 베네수엘라를 포기하고 있으나 러시아 국영 석유사 로스네프트는 철수는커녕 오히려 지원을 늘리고 있다.

로스네프트의 이고리 세친 회장은 알려지다시피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푸틴에 이어 러시아 제2인자로 지칭되는 인물이다. 사실상 푸틴이 마두로 정권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같은 산유국 우방을 확보해 세계 원유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전 세계적으로 반미 연대를 구축해 미국의 독주를 저지하려는 푸틴의 외교기조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한편으로 마치 지난 1823년 외부 세력의 미주개입을 경고한 미국의 먼로독트린을 조롱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자카리아는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두로 정권에 대한 경고는 강경하다. 마두로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군부에 대해 불복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과거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해 취했던 '금지선'(red line)보다 더 강경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시리아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러시아와 대치해왔으나 뒤뜰 격인 베네수엘라에서 러시아가 둥지를 트는 것은 사정이 다르다.

또 시리아에서처럼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러시아에 대해 유약한 태도를 보일 경우 마두로 정권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갈수록 공고해질 것이다.

따라서 과연 트럼프 정권이 러시아의 베네수엘라 개입 및 지원을 계속 용인할 것인가 하는 것이 최대 의문이다.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로부터 나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공개 촉구한 것은 지금까지 푸틴에 보여온 트럼프의 태도에 비쳐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또 러시아 군병력을 철수시킬 방법에 대해서는 "모든 옵션이 열려있다"고 말해 필요시 군사개입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국 정보기관의 평가를 절하하면서까지 푸틴을 두둔하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전력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베네수엘라 사태에 강력히 대응할지 의문이다.

자카리아는 '만약 (뮬러 특검 조사 결과처럼) 트럼프와 푸틴 간 유착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 어쩌면 베네수엘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 푸틴 유화정책이 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함축적으로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