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총수 물러난 항공업계…'포스트' 조양호·박삼구 눈길

입력 2019-03-28 17:30
수정 2019-03-28 19:26
양대 총수 물러난 항공업계…'포스트' 조양호·박삼구 눈길

대한항공 '조원태 체제' 개편 무게…아시아나는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연이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양대 항공사의 경영체제도 전환기를 맞을 전망이다.

28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20년 가까이 국내 양대 항공사의 총수이자 맞수였던 조 회장과 박 회장이 동반 퇴진하면서 이들을 이어 두 회사를 이끌어나갈 '포스트' 조양호·박삼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되면서 대표이사로서의 경영권을 상실했다.

사내이사 자격이 없으면 회사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다.

일단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주총에서 재선임안이 부결돼 사내이사 자격은 잃었지만, 여전히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등을 통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등기 임원으로서 회장직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주주권 행사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조 회장이 아무런 변화 없이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갈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주총 직후 논평에서 "조 회장이 여전히 한진그룹의 총수이고 그 영향력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대한항공 경영에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조 회장은 미등기 임원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이 회사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돼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증권가에서는 "최대주주의 찬성 없이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사내이사 3명을 유지하면서 조 사장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조 회장의 아들인 조 사장이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및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조 회장은 그를 통해서도 회사 내 중요한 사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총수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방침을 내놓았다.

박 회장은 28일 주요 계열사 사내게시판에 올린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하여 경영상의 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며, 빠른 시일 내에 명망 있는 분을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설립 이후 두번째 있는 일이다. 2009년 금호그룹내 형제간 갈등으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동반 퇴진했을 당시 전문경영인인 박찬법 회장 체제가 1년간 이어진 적 있었다.

이와 함께 금호아시아나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등장하게 되면 주채권은행이 산업은행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재계에서는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 IDT 사장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201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2016년 금호산업 사장을 거치며 경영 경험을 쌓았다.

2018년 9월 아시아나IDT[267850]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같은 해 11월 상장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갔다가 회사가 안정되면 박 사장이 이어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모든 그룹 직책 사퇴 / 연합뉴스 (Yonhapnews)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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