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그대로…미국 대형은행 최대수혜
고액예금자는 소형은행 금리인상 경쟁 수혜…소액예금자는 이자차이 실감 못해 소외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 은행들의 금리도 오르는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금리 상승의 부담을 크게 느끼는 반면 은행에 예·적금하는 사람들은 왜 금리가 그대로이냐고 불만이다.
블룸버그닷컴이 27일(현지시간) '당신의 은행 저축 계좌에서 벌 수 있는 만큼 벌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 데 따르면, 부의 격차를 확대하는 '돈이 돈을 버는' 또 하나의 메커니즘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올려왔으나, 대형은행들의 예금 금리는 씨티그룹 0.04%,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이보다 더 낮은 0.01% 등 거의 0%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
왜 그럴까? 은행 고객들이 이자를 더 받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계속 그 은행들에 돈을 맡기니 은행들로선 금리를 높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왜 신경쓰지 않을까? 1천 달러(113만7천 원)를 저축하고 이율이 0.05%라고 치면 1년 이자는 50센트이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2.25%의 이자를 쳐주는 소형 은행으로 옮기면 이자가 더 많아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22.5 달러에 불과하다.
"20 달러는 거래 은행을 바꿀 만한 돈이 아니다"고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케츠의 분석가 제러드 캐시디는 말했다.
그러나 예금액이 10만 달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골드만 삭스가 소매금융업에 진출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은행 마커스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소형 은행들은 공격적인 고객 유치전을 펼치며 예금 금리를 2% 이상 제시하고 있고, 그 결과 예금 유치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은행의 유치액 증가는 (소액 예금자가 아니라) 이런 뭉칫돈이 유입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RBC의 캐시디는 추측했다.
금리가 2%라면 10만 달러의 이자는 2천 달러에 이른다. 금리가 0.05%인 은행에 예금했을 때 이자 50달러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이기 때문에 충분히 은행을 옮길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소액 예금자는 은행을 옮기는 것에 비해 실감하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낮은 금리의 대형 은행에 계속 머무는 반면 거액 예금자는 은행을 옮기는 작은 번거로움보다 큰 이자 차이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거대 은행들은 돈을 빌려줄 때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득을 챙기는 반면, 예금 고객들에겐 종래와 거의 같은 비용(이자)만 지불함으로써 금리 인상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미국 최대 은행인 제이피모건은 0%에 가까운 예금 이자에도 예탁액이 2014년 이래 업계 전체 평균의 2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블룸버그닷컴은 설명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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