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역사 썼다…최초 통합우승 여성지도자
우승에서 꼴찌로 추락한 뒤 4대 스포츠 최초 통합우승
(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여자배구 흥국생명 박미희(56) 감독은 2016-2017시즌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국내 4대 프로스포츠에서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든 여자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밀리면서 통합우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여성 지도자도 프로스포츠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꽃길을 걷던 박미희 감독은 곧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주전 선수들이 연쇄 부상으로 이탈하며 최하위로 마감했다.
1위 팀이 꼴찌로 떨어지자 박미희 감독을 향한 비난이 거세졌다.
팬들은 선수들의 부상 관리 책임을 박미희 감독에게 돌렸고, 박 감독은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박미희 감독은 이때를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험난한 시기로 꼽았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다독이고 팀을 추스른 박미희 감독의 공로를 높게 평가해 지난해 계약을 연장했다.
재신임을 받은 박미희 감독은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팀 재건에 나섰다.
박 감독은 김세영을 영입해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던 센터진을 보강하고 정상급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를 영입하는 등 팀 전력의 갈라진 틈을 빠르게 메웠다.
똘똘 뭉친 흥국생명은 곧바로 반등했다. 박미희 감독은 팀을 2018-2019시즌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개인 통산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리고 27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4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누르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박 감독은 4대 프로스포츠 통합우승을 이끈 첫 여성 지도자가 됐다.
경기 후 박미희 감독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해서도 눈물을 계속 흘렸다.
박 감독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라며 "지난해 힘들었던 게 생각난다. 사실 감독을 그만두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어 "내가 가는 길이 역사가 된다는 조언에 다시 힘을 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자 "며칠 동안은 다 잊고 푹 쉬고 싶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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