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가 224명 합성 단체사진 보며 눈시울 붉힌 후손들

입력 2019-03-27 19:38
여성독립운동가 224명 합성 단체사진 보며 눈시울 붉힌 후손들

"뒤늦게나마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전시회가 마련돼 기쁘다"

"선조들의 순수한 뜻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오래오래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세종문화회관서 여성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 서울전 개막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늦은 감이 있지만 뒤늦게라도 여성독립운동가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행사가 열려 너무 기쁘다.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유관순 열사의 사촌 언니이자 독립운동가 유예도(柳禮道)의 아들 한예동씨)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여성독립운동가 공감·기억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개막한 여성독립운동가 특별전 서울 순회전에는 시민들과 여성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올해 여든인 한 씨는 서울 특별전을 둘러본 후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이런 행사가 열려 너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주최 측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는 "어머니는 1919년 3월 1일 사촌 동생 유관순(柳寬順)과 함께 서울의 파고다 공원에서 열린 독립선언문 선포식에 참가한 뒤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와 병천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 시위를 벌였다"며 "당시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독립의 기쁨을 누리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전시관을 찾은 그는 입구에 내걸린 여성독립운동가 200여명의 사진을 합성한 대형 단체사진 앞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유관순 열사의 사진을 찾는데 한참의 시간을 보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인천에서 남편과 함께 온 여성독립운동가 임수명 선생의 손녀딸 신국미(80) 씨는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행사를 보기 위해 왔다"며 ""고 말했다.

임수명 여사는 대한통의부 의용군 사령관으로 항일운동을 한 신팔균 선생의 부인으로, 중국에서 비밀문서 전달 등을 하며 독립운동을 도왔다. 1924년 귀국 후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유복녀와 함께 목숨을 끊은 비운의 여성독립운동가로 꼽힌다.

신 씨는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목숨을 끊은 할머니를 생각하면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일제시대 남편 없이 여자 혼자 세상을 살아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애국부인회 임원으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김영순의 아들 이곤(90) 씨는 "당시 그분들의 뜨거운 애국심이 있었기 때문에 국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선조들의 순수한 뜻을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여기고 오래오래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관 입구 전면에 내걸린 여성독립운동가 단체사진이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이 대형 사진은 여성독립운동가 224명이 단체 사진을 찍은 것처럼 자료 사진을 합성해 만들어졌다. 여성독립운동가가 한자리에 모여 합성 사진으로 꾸며진 것은 여성독립운동사 사상 처음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여성독립운동가 유예도의 아들 한예동 씨도 "여성독립운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은 것처럼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며 "이런 사진이 만들어져 어머니가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관심을 표명했다.

개막식에 앞서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음악극 '아름다운 유언'에는 여성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 등이 자리를 가득 메울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여성가족부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마련한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9일까지 이어진다.

j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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