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아랍권 침묵하면 요르단강 서안도 이스라엘 차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세예드 하산 나스랄라는 26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 등 중동 내 친이란계 방송을 통해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한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17년 12월 트럼프(미 대통령)가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식 이름)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했을 때 전 세계가 이를 용인했고 특히 아랍권은 이에 침묵했다"며 "이런 묵인으로 미국이 국제법을 어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비판했다.
나스랄라의 연설대로 지난해 5월 미국이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자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를 구두로 강력하게 비판하기만 하고 이를 되돌리기 위한 행동은 사실상 없었다.
그는 이어 "소위 국제사회라는 곳은 이번 골란고원이나 알쿠드스 사태와 같이 점령된 땅을 돌려받거나 영토에 대한 권리, 주권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며 "미국은 이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주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언급한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인 '세기의 협상'(the deal of the century)이 바로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내용"이라며 "미국은 팔레스타인 국민을 가자지구로 쫓아낼 것"이라고 연설했다.
나스랄라는 "아랍권은 남은 양심에 기대 미국의 이런 계획을 막아야 한다"며 아랍권이 말에 그치지 말고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 레바논을 방문, 헤즈볼라를 '이란과 연계된 어둠의 세력'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나스랄라는 "폼페이오는 레바논 국민을 선동해 서로 피를 흘리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레바논의 안정과 평화 공존에 좌절한 나머지 그렇게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헤즈볼라는 시리아 내전에 병력을 파병해 시리아 정부를 도왔다.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골란고원과 가까운 시리아 남서부에 주둔하면서 종종 이스라엘군과 무력 충돌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아랍권에서 가장 경계하는 지상군 무장조직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