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거부는 율법 위반" 인니 이슬람계 총·대선 투표 독려

입력 2019-03-27 11:45
"투표거부는 율법 위반" 인니 이슬람계 총·대선 투표 독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차기 대통령 선거와 총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지 이슬람계가 의도적 기권은 이슬람 율법에 위배된다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27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 고위 당국자인 무히딘 주나이디는 지난 25일 의도적으로 기권표를 던지는 행위는 '하람'(이슬람 율법이 금지한 행위)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혼란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MUI는 지난 2014년 "투표는 무슬림의 의무"라면서 정직성과 신뢰성, 능력 등 네 가지 관점에서 후보를 평가하고 투표하라는 내용의 파트와(이슬람 율법해석)를 발표한 바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2억6천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는 인도네시아에서 율법 해석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

또,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는 최근 열린 전국회의에서 투표 보이콧을 주장하는 사회 일각의 움직임에 반대했고, 두 번째로 큰 이슬람 단체 무하마디야의 주요 지도자인 딘 샴수딘도 의도적 기권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가톨릭주교협의회(KWI)와 인도네시아교회협의회(PGI) 등도 투표는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하는 성명을 냈다.

평소라면 선거 때마다 진행되는 투표 독려 캠페인의 일부로 여겨질 상황이지만, 인도네시아 정치권은 이런 움직임이 선거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지어로 '골롱안 푸티'(일명 골풋·백색 그룹)으로 불리는 기권 운동은 1970년대 수하르토 당시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하는 의미로 이뤄졌던 것이 시초다.

하지만,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이 작년 8월 MUI의 의장이었던 종교 지도자 마룹 아민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인도네시아 진보진영에선 이번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져야 한다는 운동이 확산했다.

마룹 전 의장이 4년 전 성 소수자(LGBT)를 '하람'으로 규정한 파트와를 발표한 이후 인도네시아 성 소수자의 인권실태가 급격히 악화했고, 2017년에는 중국계인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에게 신성모독 혐의를 씌워 투옥하는 데 일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진보진영이 기대한 만큼 개혁을 밀어붙이지 않은 조코위 대통령에게도, 수하르토 정권 말기 민주화 운동가 납치 등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야권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 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에게도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조코위 대통령에게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조코위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친서민·개혁 정책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던 2014년 대선 당시처럼 특별히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거 개입 논란이 일자 MUI의 파트와위원회 의장인 후자이마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율법해석은 (무슬림의) 기권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2∼3월간 진행된 5차례 여론조사에서 프라보워 총재를 13.4∼27.8%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인도네시아 반부패위원회(KPK)에 여당 연합 소속 정치지도자가 부패 혐의로 체포되고 유숩 칼라 현 부통령의 조카가 프라보워 총재 진영에 합류하는 등 악재가 잇따라 조코위 대통령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은 내달 17일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는 약 1억8천700만 명의 유권자가 참가해 투표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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