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에 불똥 튄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사건, 북미관계 변수되나

입력 2019-03-27 11:16
수정 2019-03-27 11:51
FBI에 불똥 튄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사건, 북미관계 변수되나

反北단체 '자유조선', 침입 인정하며 "FBI 요청으로 정보공유"

美국무부 "사건과 무관" 주장에도 北, 대미 공격 소재 삼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지난달 22일 벌어진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이 반(反) 북한단체 '자유조선'의 소행으로 확인되고 이들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26일(현지시간)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10명에 포함된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 '에이드리언 홍 창'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넘기기 위해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자유조선'도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확인한 뒤 "FBI와 상호 비밀유지에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보 공유는 FBI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게 '자유조선'의 주장이다.

이런 '자유조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일단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유조선도 "다른 정부는 개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대사관 침입자는 한국·미국·멕시코인"…FBI도 연루?/ 연합뉴스 (Yonhapnews)



문제는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배후'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7∼28일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이 협상 재개와 대치의 갈림길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사건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겉으로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뒤로는 도발을 했다. 신뢰를 저버렸다'는 식으로 미국을 공격할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과 미국 외교당국도 이번 일이 북미협상 등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일이 북미관계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많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7일 "북한도 현재로선 미국과의 협상 판을 깨고 싶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본질과 관계없는 일로 초점을 흐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내적으로는 대사관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를 더 키우려 하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불가침 권한이 적용되는 해외 자국 대사관이 공격당한 일로서, 사안이 엄중함에도 이번 사건 발생 이후 북한 정부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편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스페인 사법당국이 발표해 주목된다.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라면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선 아직 확인해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외교소식통은 "아직 스페인 측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통보하거나 문의를 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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